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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Sep 15. 2018

정원 가꾸기는
사랑을 하듯 애틋하고 쌉싸름한 일

"섬세한 마음씀을 위한 도구 -  Garden Language 활용 .

사랑을 하듯 애틋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심고 가꾸는 정원 


<정원은 사랑이다. 사랑을 하듯 기다리고, 심고 가꾸고  

꽃을 피워 마음을 뒤 흔들곤,   떠나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사람을 읽어 공감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듯  대지를 읽어 공감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여 

그 공간에서 맘껏 대지와 사랑을 나눠, 꽃  피고 열매 맺고 

성장할  꽃과 나무와 풀을 골라 자리를 틀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그 대지와 사랑을 나눠 아름답게 꽃 피우고 조화를 이루는 일인 게다.


<다시 사랑한다면>을 부르는 김필의 노래가 애절하다. 

너무 애타 하지 말자고 한다, 

정원도 그러하다, '너무 애타하지 말고, 

너무 깊은 사랑은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것을'>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긴 시간의 흐름에 마음을 맡겨야 한다. 


그러면서도 예술작품처럼 아름답고, 귀하고, 개성 있는 자연

그게 정원이다.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려면 

그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사람의 꿈과 바람과 기호와 정서를  공감하여 

그의 성장에 기여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이와 같은 것처럼,  정원작품을 만드는 것은,

 살아있는 정원 생명체들의 아름다운 성숙과 성장에 먼저 기여한 뒤,

그래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맘껏 자신을 펼친 

그 모습으로부터 돌려받는 감동과 위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원을 구성하는  대지의 영혼과 정서, 환경, 

그 공간과 결합할 식물과 다른 생명체 

꽃과 나무와 풀과 벌레 그 땅 속의 일,  

그 정원 위를 나는 나비와 새와 구름과 바람을 함께 살펴 정원을 구상한다. 

그리고. 그 공간의 주인으로 함께 살 사람의 마음속에 깃든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 

최적의 아름다움과 건강한 자연으로 그의 이야기를 표현하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무와 풀 꽃으로 그리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하는 것과 사랑할 줄 아는 것"의 차이처럼  

 '정원 작업을 하는 것과' "할 줄 아는 것"도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말은 쉬운데 사랑이 어려운 일처럼,

 정원- 너무나 좋고 행복한 일인데  지치지 않고 돈도 많이 안 쓰며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면허가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오롯이 몸과, 마음과, 시간과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면 

천천히 그 시행착오를 즐기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거기에는 발견의 즐거움이 큰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이 오래 서로 가꿔야 하는 마음씀이듯, 사랑의 마음으로 풀꽃과 자연에 대한 마음씀이 필요하다.

 

 


개인 정원을 직접 구상하고  소재를 선택하여 직접 시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운은 없다.이 세상 최고의 기쁨과 창작과 아름다움을 누리는   그 기쁨을, 전문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위해 오롯이 타인만 에게 주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한 10여 년 전의 일이다.'야생화 공부를 10년정도 한 후 정원 디자인 공부를 하고  정원 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꾸며 좀 의욕적으로 정원 창작에 취하던 시절이었다.벤처기업 명사로 꽤 알려진 선행도 많이 하시는  기업의 회장 한분이 본인 정원을 가꾸는 사진을 정원 사랑에 넘쳐 보여주시는데, 한창 영국, 이탈리아 정원 사례와 디자인을 공부 중이던 나의 얕은 마음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아쉬움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덜컥  "회장님 제가 정원 구상 작업 도와 드릴까요?"라고 방자를 떨었다. 대뜸 돌아온 답이  "그 즐거움을 왜 내가 남한테 줘?" 하시며 말로 머리를  한 대 치셨다. 머리에 "띵" 하고 는  깨는 게  있었다. 

'정말 정원일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직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정원 디자인과 시공이 과학과 공학 그리고 사람과 자연 예술의 융합이고 꽤 복잡한 종합예술 인 줄은 알면서 사람에게 이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 정말 무지한 거였다.


풀. 꽃과 나무, 건축 보다  그 공간에 머물 사람의 마음을  더 세심히 보는 것과그 마음을  그리는 일임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정원 관련일을  직업으로 하려면  그 정원을 가꿀 사람과 사용할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그 정원에 머물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려 하는지,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특히 정원에 머무는 사람이 정원을 직접 창작하고 가꾸는 즐거움을 빼앗아 가서는,  절대 안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그분께 덜컥 그렇게 말한 것은, 한 사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의 출발이 어디인지 모르는 무지한 용기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뒤로는 절대 상대가 간곡히 요청하지 않는 한 정원에 대한 첨언이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정원작품을 구상해 줄 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을 그 정원에 머물 사람의 이야기와 추억과 정서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자신의 정원과 사랑에 빠져드는 것을 은근히 조장하곤 한다.


몇몇 정원 의뢰자 분들의 감동 섞인 고백 중 다행이다 싶은 말은."어쩜 그렇게 내 속에 들어왔다 나온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라며 "홍 홍!!" 콧소리를 내는 말이다.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됐다, 그러면.

3m는 차이가 나는 땅과 고즈넉한 정원주의 품성과 꿈을 자작나무 숲과 자연 풀밭 언덕으로 한 공간으로 연결시켜 조성중인 전원주택 정원

 정원을 구상할 때 이와 같이 그 정원에 머물 사람의  꿈과 바람과 기호와 정서를  깊이 있게 읽어 조성하면

그 정원이 저 자신의 생명을 얻어  아름답게 성숙, 성장하며 큰 기쁨을 준다, 그러나 이쁜 것에만  치중할 경우 때론 짝퉁 시장에서 사 온 복제된 물건처럼 눈에 확 튀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얻어 산뜻한 기쁨을 주고는  차 차  흔한 복제품처럼 생명을 잃어 이내 다른 더 자극적이고 화려한 시시 각각의 꽃을  찾아 쉼 없이 심고 갈아엎는 일을 종종 본다.


그리고 그 결과 어수선한 꽃밭과 나무밭을 만들기가 일쑤이다. 무조건 색색의 이쁜 꽃이 피어야 한다는 굳은 신념과 함께 계속 꽃을 피우기 위한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처음엔 낭만과 기쁨을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정원 예술과는 거리가 먼 노동과 농사일로 바뀌어 힘에 겨워하며  몰래 후회를 감추기도 한다. 직접 가꾸는 정원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들이다. 


반면 명성 있는 그러나 영혼 없는  디자이너의 구상을 받아 애써 공사를 마치고서는 처음엔 야금야금  그러다 몽땅 갈아엎어버리며 개작에 몰두하는 일들 또한 허다하다.세련되고 아름답기는 한데 왜인지 남의 옷처럼 맘이 편하지 않거나,  자기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손길과 마음이 담기지 않아 낯설어 보이는 등 자신과 결합한 어떤 것을 찾지 못해  하나 둘 자기 생각을 집어넣다,  결국 그걸 따라 모든 걸 몽땅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언가 산뜻하고 이뻐 보이기는 하나, 내면을 울리는 깊은 공감 혹은 깊은 심미성,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예술성을 얻지 못한 경우 또한 그러하다. 


하여 정원을 만드는 일은 소유한 사람과 식물과 대지와 세심하게 주고받는  교감과 함께 성장하고 깊어지는 사랑을 얻거나  뛰어난 통찰과 우월감으로 보고 머무는 이를 감동시키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 


정원일 그 자체가 신이 창조한 자연의 빼어난 한 수를 가져오는 신의 영역을 탐하는 일인지라,  뛰어난 통찰과 예술성을 요구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지라 일반 식물, 자연 애호가가  할 수 있는 조금 공들인  교감으로 사랑을 나누는 마음씀의 방법으로   좀 더 들여다 보고자 한다.   


모든 예술창작에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표현 언어가 있듯 정원 예술도 한 공간을 정원 작품으로 완성해 

가는  표현 언어와 활용 공식이 있다. 


작곡가는 음악으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음표와 음계를 사용하여 사랑과 슬픔과 기쁨과 아픔과 죽음과 삶을 노래하고, 발레리나는 그 손길과 몸짓과 발짓을 활용하여 숱한 문학 작품과 이야기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정원창작가도 이와 같이 삶의 희로애락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언어와 공식을 활용한다 


필자가 이끄는 정원 예술학교에서 이 '정원예술창작'의 행복을 찾아가는 <정원창작가>의 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작품 활동을 위한   Garden Arts Language를 하나하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이 언어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에 들어서기를 바라며 혹 누군가에게 정원창작을 맡기는 사람은 비록 남의 손을 빌려 정원을 낳더라도 작품을 구상하고, 

가꾸고, 성장시키는 사랑의 기쁨을 나누기를 바라며, 타인의 정원이나, 공공 정원을 구상하는 작가분들께서는 이 이야기에  그분들의 멋진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더 보태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조언해 주시기를 바라며 정리를 해본다. 

이 Garden Arts Language를 소개하고  나누는 여정 중에  전 세계의 독창적인 정원예술 작품과 그를 구상한  정원예술가들의 삶을 여행하고  감상하며  들여다 보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다. 


그동안 정원예술을 접하며 그분들을 만나 알게 되었을 때 일었던 그 흥분과 기쁨을 다른 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을 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뛰어난 정원창작표현의 경이로움을 더 발전시키고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얻는 동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또한 글을 읽는 동안,  자신의 정원이 변해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상상의 그림들이 가득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이전 13화  디자이너로  자신, 타인의 정원에 스토리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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