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귀 기울이기
얼마 전 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항상 밝으세요? 선생님은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받는 일도 별로 없으신 것 같아요.”
질문을 받고 순간 꽤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다.
가장 먼저는 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이 항상 밝기만 하고 화를 내지 않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이었다.
나는 나도 당연히 침울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할 때도 있다고 대답했는데, 돌아온 말이 솔직히 더 기가 막혔다.
“선생님이 화내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가는데요!”
사실 나는 전반적으로 즐겁게 사는 편이다.
일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장난을 많이 치고 특별히 화가 나는 일도 많지는 않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은 시간인데, 굳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면서 서로 힘들게 살고 싶지 않다.
분명 기질적인 측면도 있고 살면서 스스로를 다듬어 온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화가 나면 화를 내기도 하고 학업과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들다고 투정도 부린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꽤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그렇다고 확실히 마음이 정해지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던 중에 책 속에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상처받은 치유자들>의 저자 레이철 나오미 레먼은 그의 시에서 유쾌함은 우리를 외롭게 하고 유머는 거리를 만들며 능력은 우리를 위협하고 통제는 마음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슬픔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준다는 문장에서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는 언제나 공감해 줄 준비를 하고 있었으면서도 나의 슬픔에 대해서는 그들만큼 많이 말해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나는 내 마음이 약해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또 그것을 들키고 싶지도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항상 스스로를 넘어지지 않게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거나, 혹은 지나치게 서로를 배려하느라 조심스러워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뭐가 되었든 나의 유쾌함이 그들을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한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서로를 조율해 가는 과정의 반복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조율을 위한 출발점은 내 마음이 어떤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 마음이 내게 하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될 것이다.
내 마음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먼저 내 마음과 더 잘 소통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누군가와도 더 잘 소통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