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
나는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냥
요즘의 나는
감히 짐작만 할 뿐
저 경계 너머에 있는
그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꽤 현란하게
지휘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따금 나는
내 몸이 조금씩 천천히
몇 개의 선명한 조각으로
쪼개지는 것을
오롯이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의 신음을 삼키려
가만히 입을 막습니다.
사방으로 찢기는
끔찍한 아픔을 삼키려
충혈된 눈을 부릅뜹니다.
나는 바람.
한차례 나의 조각들이
그렇게 쪼개져 퍼지면
나는
어디론가 자유로이 떠나는
나의 조각들에게
위로와 축복의 인사를 건넵니다.
또 다른 갈림의 고통과 아픔을
견뎌내야 할
나의 조각들에게
눈물과 회환으로 축복합니다.
관계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그 순간을 살아주기를
정신의 성장을 속삭이며
그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기를
고단한 이마에 맺힌
그들의 삶의 땀방울을
아주 잠시라도 시원하게 식혀주기를
분노와 성냄으로
상기된 그들의 볼을
그저 가만히 어루만져 주기를
그리고
다시 바람으로 존재하기를
나는 바람.
천 개의 조각으로 쪼개어진
나는 바람.
존재를 나눠 흘려보는 일은
꽤나 고통스럽다.
나눠지기 위해서는 쪼개져야 하고
쪼개지기 위해서는 찢기는 순간의 끔찍한 고통을 견뎌야 한다.
이후에 떠나보내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상실을 견뎌야 하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보내게 되면
존재는 한계를 넘고
무궁한 가능성을 품은 채
어디든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그 자체로 더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치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