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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으로 배우는 삶의 지혜_1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

by 쓱쓱

# 하늘 높이 더 높이


다리를 있는 힘껏 접었다가 다시 있는 힘껏 앞으로 쭉 핀다.

가늘고 여린 다리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을 가르며 그네가 앞으로 나아간다.


다리를 접어 뒤로 더 멀리 물러날수록 다리를 펴 앞으로 발을 굴릴 때 더 높이 나아갈 수 있다.

뒤로 물러갈 때 가슴을 앞으로 내밀면 뒤로 물러나도 무섭지 않다.


하늘을 향해 발을 차며 다리를 앞으로 쭉 뻗을 때 몸은 자연스레 뒤로 빠지고 그네 줄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필사적이 된다.

그렇게 앞뒤로 움직임이 계속되면 이내 나만의 바람을 만날 수 있다.


오롯이 나의 힘으로 만난 바람은 어느새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을 부드럽게 식혀준다.

온몸으로 밀고 나갈 때와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할 때를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배운다.


그네를 타며 몸의 움직임을 통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의 느낌을 익힌다.

그러다 조금씩 하늘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을 배우고 더 높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멀리 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배운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 끝나면 그대로 멈춘다.

술래가 노래하는 그 짧은 순간 최대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리를 크게 벌리고 빠르게 걷는다.

핵심은 멈춘 후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몸이 순간적으로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빨리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출 때, 넘어지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다리와 발에 잔뜩 힘을 주어 단단히 땅 위에 서야 한다.

그러면 그 어느 때보다도 땅으로부터의 지지를 느낄 수 있다.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두 발과 두 다리에 힘을 주어 굳건히 땅 위에 서는 일.

그렇게 땅을 디디고 서서 온몸의 중심과 균형을 잡는 일은 우리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한다.


주술과 같이 반복되는 인생의 노랫소리에 정신없이 앞으로 달리더라도

노래가 멈추는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면서 단단히 다리와 발에 힘을 주어 서서 버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른이 돼서도 무궁화 꽃의 추억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술래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짧다.

조금이라도 빨리 술래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고픈 마음은 무궁화 꽃이 피는 것과 동시에 그대로 멈춰야 한다.

아무리 다급하고 간절해도 무궁화 꽃이 피면 온몸이 굳은 것처럼 그대로 멈춰야 한다.

빠르게 걷다 멈추고 빠르게 걷다 멈추면서 몸에 대한 완전한 통제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아서 술래의 농간은 심화되어 간다.

무궁화 꽃은 순식간에 피기도 하고 아주 느리게 피기도 해서 몸의 움직임은 갈팡질팡하게 된다.


예상했던 박자가 맞지 않으면 발이 땅에 닿지도 못한 채 그대로 멈춰야 하는데, 그럴 때면 여지없이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리다 술래에게 걸리게 되고 이내 포로 신세가 된다.

그러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다시 출발선에 서면 이제는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멈춤의 순간을 즐겁게 즐기고 싶어 진다.

코브라 자세, 오리 자세, 공주님 자세, 괴물 자세, 취권 자세.

엉뚱하고 기묘한 각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놀이는 더욱더 즐거워진다.


그렇게 무궁화 꽃이 피었을 때, 내 몸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의 꽃이 핀다.

그리고 내가, 내 몸이,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는 몸이 여기에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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