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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현기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_2

by 김형범 Jul 07. 2024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두 번째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8년작 「현기증」입니다. 히치콕은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으로 명성이 높지만, 그 중에서도 「현기증」은 그의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습니다. 


「현기증」은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잃은 경찰 출신 사립탐정 스코티(제임스 스튜어트)가 그녀와 닮은 여인 마들레인(김 노박)에게 집착하면서 겪게 되는 악몽 같은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 드라마가 숨어 있죠.

현기증(1958)_포스터현기증(1958)_포스터

「현기증」이 걸작으로 평가받는 첫 번째 이유는 치밀하고 정교한 플롯 구성에 있습니다. 영화는 전반부의 미스터리와 후반부의 반전이 절묘하게 맞물려 압도적 서사를 빚어냅니다. 히치콕은 정보의 배치와 노출 시점을 절묘하게 조절하며 끊임없이 관객을 현기증 속으로 빠트리죠. 

현기증(1958)_오프닝 시퀀스

하지만 「현기증」의 진정한 무기는 인물의 내면을 응시하는 섬세한 시선입니다. 영화는 스코티의 광기 어린 집착을 통해 인간 욕망의 어두운 심연을 탐사합니다. 사랑과 상실,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정신적 소용돌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마들레인은 스코티가 만들어낸 이상향의 환영에 불과하지만, 그 환영은 너무나 강렬해서 현실 자체를 집어삼킵니다. 


「현기증」은 이런 복잡한 심리 드라마를 눈부신 영상 미학으로 그려냅니다. 악명 높은 '버티고 이펙트'로 불리는 줌인/줌아웃 기법은 스코티의 불안과 공포를 극적으로 표현하죠. 화려한 색채와 아름다운 앵글, 매혹적인 이미지들은 스코티의 욕망이 투사된 환상의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현기증(1958)_버티고 이펙트를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현기증(1958)_버티고 이펙트를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

또한 「현기증」은 관음증과 남성의 시선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스코티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주디를 마들레인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은 여성을 통제하고 조작하려는 남성 환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페미니즘 영화 이론에서도 자주 주목받는 지점이죠.


이처럼 「현기증」은 서스펜스 스릴러의 형식 속에 인간 심리의 깊이와 철학적 문제의식을 담아낸 걸작입니다. 히치콕은 장인정신과 예술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불멸의 명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장 뤽 고다는 이 영화에 대해 "가장 위대한 유성영화 중 하나"라 평했고, 박찬욱은 "내 인생의 영화, 내 무의식에 자리잡은 영화"이라 극찬했죠.


오늘날에도 「현기증」은 영화사에서 가장 심오하고 매혹적인 걸작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치밀한 구성, 심리적 깊이, 뛰어난 연출력이 빚어낸 이 작품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압도당하고 끌려갑니다. '현기증'은 단순히 영화의 제목이 아니라, 우리가 이 걸작 앞에서 느끼게 되는 경외 그 자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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