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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캥거루, 그리고 인디언

언어의 착오가 만든 역사적 오해

by 김형범 Mar 25. 2025

역사는 종종 작은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 가운데 본래의 의미와 달리 자리 잡은 것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피라미드, 캥거루, 그리고 인디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명칭은 각각 고대 이집트, 호주,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래했지만, 본래 그 지역에서 사용되던 이름과는 다르게 전해지며 오늘날의 명칭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은 어떻게 원래의 이름을 잃고, 지금의 형태로 불리게 된 것일까요?


피라미드: 삼각형 과자가 만들어 낸 이름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메르(Mer)"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위대한 곳’ 혹은 ‘오르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피라미드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신과 연결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피라미드(pyramid)’라는 단어는 전혀 다른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집트를 방문했을 당시, 피라미드의 형태가 자신들이 즐겨 먹던 삼각형 모양의 밀가루 빵 ‘피라미스(pyramis)’와 닮았다고 여겼습니다. 이에 따라 이 거대한 구조물을 원래의 이름인 ‘메르’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익숙한 단어에서 유래한 ‘피라미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본래의 이름은 잊혀졌고, 그리스인들이 붙인 이름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캥거루: 원주민의 오해에서 비롯된 명칭

‘캥거루(Kangaroo)’라는 이름 역시 흥미로운 오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8세기 후반,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이 호주에 도착했을 당시, 그는 처음 보는 생김새의 동물을 발견하고 원주민들에게 그 동물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강구루(Gangurru)”라고 대답했습니다. 쿡은 이를 동물의 이름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탐사 기록에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탐험가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미로 답한 것이었습니다. 즉, 동물의 이름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탐험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수는 정착되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캥거루’라는 명칭이 사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디언: 잘못된 지리적 이해에서 비롯된 명칭

‘인디언(Indian)’이라는 단어는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입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는 본래 인도를 향해 항해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신대륙에 도착했고,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보며 ‘인도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인디언(Indian)’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콜럼버스의 착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명칭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이후 북미와 남미의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인디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이나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s, 캐나다)’ 등 본래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는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이처럼 피라미드, 캥거루, 그리고 인디언이라는 단어들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서로 만나고 뒤섞이며 만들어진 역사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들 중에도, 본래의 의미와 달리 전달된 것들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역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피라미드를 보고 그리스식 명칭을 붙였던 고대인들, 원주민의 대답을 오해했던 영국 탐험가, 그리고 신대륙을 인도로 착각했던 콜럼버스까지—이들의 작은 착각과 오해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단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속에서도, 이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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