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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Jun 17. 2021

가족, 체리농장을 짓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직전

가족은 체리나무를 심었다. 


풀로 온통 덮혀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던 땅, 

풀을 베고, 돌을 치우고, 황무지 땅을 개간하였다.  


그 위에 일년생 체리 묘목을 심었다.


모든 이가 농사는 힘들다며

특히 체리농사는 더 어렵다고 했지만

가족은 묵묵히 체리나무를 심었다. 


일년이 지나고 체리묘목에서 새잎이 나오면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가 잎을 맛있게 다 따먹었고, 

가끔은 멧돼지도 놀러와 

체리나무의 가지를 찢기도 했다.  


가지가 찢어지면 가지를 다시 붙였다.  

그러면 상처가 아물듯 체리나무 가지는 다시 붙었다.   

여름이면 복숭아 순나방이 나무를 갉아 먹어 나무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면 일일이 나무속 벌레를 잡아내기도 했다. 


체리나무를 키우는 건, 

아이들을 키우는 것 처럼 그리 녹록치 않다.  


체리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균과 충과의 싸움이고 방제가 필요했다. 

그 싸움에서  아버지가 방제기를 잡고, 그 아들은 바로 뒤에 호스를 잡았다. 

방제를 하며 가장 안전한 장소는 아버지의 뒤였다. 그렇게  

아버지가 잘 호스를 쏠 수 있도록 아들은 농약 호스 줄을 풀어주고, 잡아 당겨주었다. 


이런 정성에도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체리 나무는 몇개는 죽었다.   

나무가 죽으면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그렇게 쌍둥이 아이들이 다섯살이 될 때 쯤, 

아이들이 체리를 딸 수 있는 키가 되었을 시기가 되자

빨갛게 체리가 열렸다. 

가끔은 바람불어 흔들리기도

햇살 뜨거운 날도 있었지만, 

체리나무와 아이들은 함께 성장해 나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체리나무를 키웠고,

매년 오월이 되면 체리에 설레고 울고 웃게 되었다. 

그렇게 가족은 매년 체리 농사를 짓는다. 


21년 오월의 끝자락, 

올해도 체리를 따러 아이들과 

체리농장으로 향한다.  


체리는 사랑이고, 

한국판 미나리, 우리 가족의 스토리다.


그리고 농장의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체리숲 농장"이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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