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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Oct 21. 2021

52년생 아버지

52년생 아버지.

아버지는 식구가 많은 가난한 집안의 장남였다.


어려운 시절, 기술 배워 가족을 부양하라는 할머니의 말에

가족들과 먹고살기 위해 일찍이 공부 아닌, 기술을 배웠다.

당시에는 남 밑에서 일하며 맞아가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던 시절이었단다.


20대에 일찍 결혼을 하였고, 일인 수공업 공장을 하기도 했지만,거래처에 일해 주고 수금을 못 받았고, 오일 파동에 생애 첫 사업은 망하였다.  

실패 후, 우연히 버스 안에서 전에 알던 일을 통해 알던 부장님을 만나게 되고,  

자초지종을 들은 지인은 면접을 보라며 회사를 추천을 해 주었다고 한다.   


면접관은 아버지 손을 보자고 했다고 한다.

거친 손은 그동안의 노고를 말해주는 이력서와 같았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네 식구는 산업화 시절,

창원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가족은 단칸방에서 시작하였다.

내 나이 7살이었고, 여동생은 4살이었다.


아버지는 한 직장에 현장 노동자로 평생을 일하였고, 지금까지 평생의 자랑으로 여긴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주야가 없는 노동자의 삶은 손가락을 잃는 부상을 겪는 댓가를 치러야 했다.

또한 영화 '국제시장'의 이야기처럼 장남의 고단함도 있었고, 

그 고단함은 그 가족들과 형제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당연한 책임감 같은 것이었다.  


고달픈 삶의 노고 때문이었을까? 그 신체의 일부를 잃는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였을까?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술을 마시는 날들이 많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있었다.  

가족에게 그 시절은 평범한 것 같지만,

그리 평탄치 않은 시간들이었다.


아버지는 철야를 하면 간식으로 제공되는 빵을 캐비넷에 모았다가

자식들에게 갖다 주는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술에 취한 날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인순이 노래의 가사처럼 아버지는"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자식을 아껴주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순탄치 않은 유년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있었다.

험한 세월 앞에 엄마는 누구보다 억척스럽고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에 남매는 일찍 철이 들었고,

더욱 엄마 속을 썩이지 않았고, 더욱 평범하게 자랐다.  


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버지도 어느덧 나이를 먹었고, 퇴직을 하였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조금씩 사라졌다.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한 아버지 지만,

힘없고 무기력한 아버지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체리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부자는 생각도, 삶에 대한 철학도 완전히 다르지만,

서로가 많이 다르기에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좋은 조력자이다.  


그런 부자는 매년 겨울이 지나오는 체리가 열리는 계절이 오면  함께 설레고, 함께 바쁘다.  


어쩌면 이 체리 농사가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 후반,

함께 했던 후회없는 기억과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52년생 아버지, 70살의 아버지의, 새콤달콤 했던 체리의 맛을 기억한 채,  올해도 이렇게 흘러간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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