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아파트의 숨통

by 한정선


아파트에서 베란다는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이다.

낮은 천장과 사면의 벽으로 둘러싸인 거실에서 한 발만 내딛으면 내부에서 외부로의 공간이동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 한옥의 마루나 주택의 마당만큼은 아니지만, 햇빛과 바람, 눈, 비, 거기에 따라 변하는 바깥 풍경을 접할 수 있는, 아파트의 숨통 같은 곳이다. 할 수만 있다면 '베란다 확장공사'라도 하고 싶은데 그 공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베란다를 없애는 공사 , 이제 아파트에서 베란다도 찾기 힘들어졌다.



내가 꿈꾸는 베란다는 새시가 없는 사방이 뻥 뚫린 이층이나 삼층집 베란다이다.

햇살 좋은 날 해바라기를 하고, 비가 오면 바닥으로 따닥따닥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고, 지나가는 이웃에게 아는 척도 하고,

세상과의 교신으로 어느 정도 에너지가 채워지면 한발 너머 나만의 공간으로 요술을 부리듯 슝~하고

사라질 수도 있는 곳.

베란다는 혼자지만 혼자이지 않은, 휴식과 소통이 동시에 가능하고, 내부와 외부 양면성을 지닌 매력적인 공간이다.






지금은 우리 집 베란다가 바빠지는 계절이다.

여름내 무성하게 몸집을 불리던 식물들이 다가올 겨울 대비에 잎을 떨구는 한 켠,

골고루 내려 쬐는 햇살을 받으며 수확을 마친 작물들이 또 한 차례 숙성의 시간을 견딘다.

피어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말라 가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가을날,

성수기를 맞은 우리 집 베란다는 발 디딜 틈 없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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