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아름다운 것은 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by 한정선

다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다음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다리는 '퐁네프의 연인들'에 나오는 퐁네프다리,

교과서에 나와서 알게된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그리고

파리 여행 때 유람선을 타고 에펠탑을 지나며 본 알렉산드로 3세 다리,

('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이 비 내리는 이 다리를 걸어가는 엔딩으로 유명세를 탄 다리라고 한다.)

내친김에 다리를 검색해보니.. ‘세상은 넓고 다리는 셀 수 없이 많다.’

뚝섬 청담대교



노을 까페 창 밖으로 보이는 동작대교


다리의 목적은 ‘연결’이다.

다리는 섬과 육지, 이 동네와 저 동네, 남쪽과 북쪽을 이어주는 물리적 역할을 넘어서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심리적 역활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SNS, 톡을 하다 보면 매끄럽게 이어지는 사람이 있고

중간중간 툭툭 끊어지는 사람이 있다.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과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가 오가지만, 주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말을 한다든지 자기생각만 말하는 사람과는

피곤도가 높아지면서 대화는 흐지부지 마무리되어 버린다.

이런 경우는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의 다리 공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보수해서 쓰거나, 힘들면 그냥 건너가지 않을 수도 있다.

넓고 느슨한 관계를 지향하는 요즘은 굳이 보수하지 않고 또 다른 관계를 찿는다.

가끔 아예 연결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충조판단(충고, 조언, 판단, 단언)이 습관화 되어있는 사람,

단계를 뛰어넘어 결론부터 내는 사람, 이런 사람과는 아예 다리가 놓여지지 않는다.

다리는 연결과 동시에 단절의 메타포가 된다.


마포대교


한강이 아름다운 것은 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큰, 많은, 넓고 깊은 물은 내겐 막막함과 함께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다.

(나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있는지, 아님 아예 그렇게 태어났는지.)

그러나 바다나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막막함으로 인한 울렁증을 그나마 진정시켜 주었다.

어반 스케치를 하면서 정기모임 장소로 한강 공원을 많이 가게 된다.

서울 곳곳에 있는 한강공원은 각지에서 오는 회원들의 접근성도 용이하고,

감염병 시대의 거리두기에도 적격이다.

게다가 공원내 흩어져 있는 시설물과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고층빌딩,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스케쳐들의 매력적인 소재가 되어준다.

그럼에도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다리다.

멀리 보이든, 가까이 있든, 카페나 공원, 선착장, 어디라도 다리가 보이는 곳이 명당이다.

강변의 높낮이를 달리하는 마천루는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멋쟁이 오브제다.


장충단 공원, 수표교


조그만 다리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차는 다닐 수 없고, 오직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다리,

큰 강이 아닌 조그만 개울을 건너는 다리,

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오래된 마을의 오래된 다리.


어느 여행지 사진 속 다리


다리가 끝나는 곳에는 또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무엇인가에 의해 연결되기도, 끊어지기도 하는 풍경,

멀리서도 눈에 띄는 늠름하고 아름다운 다리. 지금은 다리와 '사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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