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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e, from us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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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Aug 10. 2017

사회와 개인

세상에는 절대 와해될 수 없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존재한다.


어떠한 조직과 그곳에 소속된 개인은 동등하게 상생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종종 '사회화'라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교육방식이 한 개인의 고유한 성향이 자리매김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관계는 형성된다. 개별적인 관계들은 어느 순간 조직적으로 변모하게 되며 통상적으로 그것은 처음에 가정이었다가 학교와 직장으로 순차적인 규모의 확장을 거듭한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지역과 국가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받는 가정교육, 입학한 이후로 몇 년 동안 경험하게 되는 단체생활과 공교육, 졸업 이후에 입사한 직장에서 수동적, 반복적으로 처리하게 되는 수많은 업무들과 ‘나’를 감추고 ‘조직’에 맞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하는 인고의 시간, 이 모든 것들이 정녕 개인의 정서와 성향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고 있기는 한건지 의문이 든다. 물론, 이처럼 보편화된 사회의 통제가 그간의 역사 속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다수의 구성원이 납득 가능한 수준에 맞추어 법과 제도가 정립된 것이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토니 케이 감독의 <디태치먼트>라는 작품을 통해 교육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재고해보았다. 진정으로 본래의 취지에 충실한 교육은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것이지 옆에 앉은 친구와 철학적, 사상적으로 통일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들의 자아를 어떠한 표준적 교육 체계, 단체생활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하여금 섣불리 확립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편향 없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 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좋은 교육방법은 비판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교사와 학생 간 문답형, 소통형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교육비와 인력, 전문 기관의 부족 등 국내 현 교육 시스템의 열악한 여건 상 이토록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수업을 당장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마이스터고, 예체능계 전문학교 등 점진적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성향을 자유롭게 계발할 수 있는 시범적 교육기관들이 설립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수한 교육 현장을 거쳐 사회에 입문한 학생들이 합당한 처우를 받기 위해서는 고질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패러다임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 소위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 되는 순간, 이전까지 적합한 교육을 받으며 축적해 온 창의성과 재능은 조직 생활이라는 미명 아래 서서히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밝은 미래를 위해 조금은 아껴두어야 할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고 혹은 누군가를 경쟁 그룹에서 밀어내는 데 소비되고 만다. 능동적 판단과 탐구는 줄어들고, 맹목적인 굴복과 불안한 심리로 정신은 더럽혀진다.


여태껏 그래왔으니 이제는 한국 사회도 바뀔 때가 되었다고 본다.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는 ‘커스터마이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보편적 서비스 대신 '개별적 서비스', '고객 맞춤형'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더 이상 개인이 사회에 귀속당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들의 물리적, 규범적 위치는 여전히 사회 내부에 있지만, 이전처럼 수직적으로 통제당하지 않는다. 관계를 능동적으로 설정하고, 필요한 서비스와 기능을 선택 및 활용하며 이것을 토대로 장차 자신만의 ‘1인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간다. 폐쇄와 도태를 포용과 인정의 문화로 탈바꿈시키고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당하고 억눌린 수많은 다양성 영혼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지원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교육에서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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