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화
내가 아내를 만난 해는 2011년,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끝이 보이지 않던 재수 생활의 마무리는 그렇게까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수능 점수가 확연하게 떨어진 것은 아니니 또 마냥 실패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냥 내 점수는 그대로인 채 1년이라는 시간만 덩그러니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그래도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은 기다렸던 그 시간만큼이나 찬란하기는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기들과 공강 시간 얼굴만 마주 봐도 웃던 시기. 동아리 활동으로 맛집 탐방을 나가기도 하고, 수업을 땡땡이치고 치킨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그땐 출석하고 중간에 나갔었는데, 함께 나갔던 인원이 너무 많아 단체로 교수님께 걸렸던 것 같다. 여름 엠티 때는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처음으로 필름이 끊겼었고, 나는 그해에 아내를 만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대학생 때 처음으로 전혀 다른 인간들과 섞이는 경험을 한다. 비슷한 동네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중,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다가, 대학에 오면 출신 고향도 다르고 생활환경도 다른 새로운 인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으로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또래 친구들도 만났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동기는 북한에서 탈북하여 남한에 정착한 누나였다.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그 누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모여 앉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아빠에게 1986년이 평생 잊히지 않을 해인 것처럼, 나에게는 2011년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