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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일기 Nov 06. 2018

여행을 즐기는 방법

몽골 여행이 내게 되찾아준 것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생소한 학과, 생소한 전공이지만 나는 천문학이라는 학문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언젠가 천문학 연구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진 단 하나뿐인 취미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확신이 깨진 것은 대학에 들어와 본격적인 전공 공부를 시작한 이후였다. 세상엔 정말 천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천재까진 아니더라도 영재 정도의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것도 대학에 와서 느꼈으며 그런 것들을 볼수록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놀랍도록 초라해졌다.


잘하는 것도 물론 있었다. 나는 전공 시간에 배웠던 프로그래밍을 좋아했으며 잘하는 편이었고, 이론을 이해하는 것도 그나마 꽤 잘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많은 전공 중 ‘몇 개’를 ‘꽤 잘한다’고 해서 모든 전공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점점 흥미를 잃어갔고 하늘을 관측하는 횟수도 덩달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몽골을 생각하면 별이 떠올랐다. 넓은 사막과 초원도 물론 떠올랐지만 그 모든 것을 상상함에 있어 그 위를 뒤덮은 별천지의 하늘을 함께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별이 빼곡한 몽골의 밤하늘을 상상하며, 어쨌든 나는 여전히 밤하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듯하다.


몽골 여행을 준비하며 몽골의 밤하늘을 조사했다. 별자리 프로그램을 깔고 내가 여행을 가는 날, 어떤 밤하늘을 볼 수 있을지를 상상했다. 그렇게 조사하며 아쉽게도 별빛이 가득하다기 보단 달이 밝은 몽골의 하늘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깨달았지만, 어쩌면 여행의 막바지 즈음엔 잠시라도 은하수가 흐르는 몽골의 밤하늘을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도 피워 올렸다.


다른 여행지들을 갈 땐 굳이 따로 조사를 한 적이 없었다. 밤하늘을 기대하기엔 도시의 불빛이 너무 밝은 곳들을 여행했었고, 밤에 혼자 나다니기에 위험한 곳들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냥 잠시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익숙한 별이 빛나고 있을 때 ‘아, 벌써 계절이 이렇게 변했나’ 하는 것들을 실감하는, 딱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진 것이 내 여행에서의 밤하늘이었다.


그러나 몽골은 달랐다. 밤에 바깥에 나가 있어도 그리 위험하지 않으며, 내겐 나 외에도 함께하는 일행들이 있었고 도시의 불빛은커녕 정해진 시각이 되면 게르 내의 불들마저도 모조리 소등해버리는, 어찌 보면 별들을 위한 나라 같았던 몽골.


여행을 가기 전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별 지시기를 배낭에 소중히 집어넣었다. 그렇게 몽골에 내리고, 구름이 물러간 밤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하늘을 보며 별을 세었다. 떨어지는 유성에 소리치다가 그 모든 것이 잠잠해지면 가져온 별 지시기로 하늘을 가만히 짚어보았고, 한 번은 은하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두고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나는 원 없이 하늘을 보았다. 자주는 아니라도 내가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일행들도 모두 나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고 카메라를 꺼내 세팅하면 이내 주변에 카메라를 든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해서, 나는 이 여행에서 아주 오래 함께해 희미해졌던 나의 취미마저도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별이 반짝이고 별을 함께 볼 사람들로 가득했던 그날의 몽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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