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내는 소리

by 허용운

“아버님, 다음번 예약하고 들어가세요. 수요일 9시 10분으로 예약해드릴까요?”
“내일 9시 10분”
“건강보험 청구 안 돼서 연속 이틀 안 돼요. 수요일 9시 10분 괜찮으세요?”
“화요일 9시 10분”
“연속 이틀 안 돼요! 수요일 9시 10분!”
“응? 안 돼? 그럼 수요일 9시 10분”
“하, 1번으로 들어가세요.”


접수실이 시끄럽다. 보건소에 발령을 받은 후, 진료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그리고 이 분이 나의 보건소 첫 환자다. 내 왼손에 진료기록부가 들려있다. 환자의 모든 호소를 적을 각오로 직접 제작한 것이다. 1번 방을 가린 커튼 앞에 잠깐 선다. 눈을 감고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머릿속에 되뇌어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어마어마한 시이다. 일종의 의식을 마친 나는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며 1번 방 커튼을 열어젖힌다.


“안녕하세요”

베드 하나를 꽉 채울 정도의 키에 약간 마른 할아버지 한 분께서 평온한 얼굴을 하고 누워계신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시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목례를 하신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리신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할아버지의 감았던 왼쪽 눈이 게슴츠레 열린다.
“응?”
“어디가 불편하세요!”
“다리에 쥐가 나.”
“언제부터 그랬어요?
“응?”
“언제부터! 그랬어요!”
“응? 다리에 쥐가 잘 나.”
내 가슴에 안개 같은 것이 끼는 느낌이 든다. 코로 숨을 크게 쉬어본다.
“언제 심해요. 자기 전에? 걸을 때? 아침에 일어나서?”

할아버지께선 순한 눈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시고는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으신다.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나서 적는다.

'쥐가 잘 남 ’

차트의 빈칸이 민망스럽다.


눈을 감고 계신 할아버지의 얼굴을 잠깐 쳐다본다. 머리카락은 온통 희어졌으며 갓 태어난 아기 새의 털 마냥 삐죽하고 조금 젖어있다. 얼굴엔 주름이 뒤덮이지 않은 곳이 없다. 문제의 귀는 이렇게 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처님 귀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곳으로 모일 것만 같다. 눈을 뜨고 계시지 않으니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귀 때문에 그런지 꼭 해탈하신 것만 같다. 일단 침 봉지 하나를 까서 들고 할아버지의 종아리 쪽으로 내 몸을 옮긴다. 알코올 솜으로 정강이 안쪽 부위를 소독하려고 보니 다리 피부가 꼭 생선 비늘이다. 어떻게 이렇게 각질이 규칙적으로 각지게 나있는지 문득 신기하다. 냄새도 나지 않고 손발톱에 때도 없다. 분명 씻고 오신 것 같은데도 피부가 이렇다. 나는 알코올 솜으로 넓게 할아버지의 피부를 소독해 비늘을 잠깐 감춰드렸다. 그리고는 침을 놓았다. 할아버지의 근육은 미동조차 없다.


그 후로 이 할아버지께 한 세 번 정도는 대화를 시도해봤다. 이 분을 대하기 전, 시를 읊는 의식 같은 것은 그만두고 횡격막을 크게 수축, 이완하여 복식호흡을 한다. 그리고는 내 비강의 공명을 이용해 진료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만한 목소리를 만들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내 소리는 그 부처님 귀의 귓불까지라도 닿을 수 있을까. 말을 걸면 걸수록 내 미간은 찌푸려지고 호흡은 가슴으로 올라온다. 할아버지의 감은 눈을 따라 나도 고개를 떨구고 눈을 질끈 감는다.


보건소 특성상 연세가 65세 이상인 분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분들도 적지 않다. 보청기를 껴도 소용없는 분들께서 오시는 날이면 본의 아니게 고성을 지르게 되어서 하루 종일 정신이 사납다. 의사의 헛외침을 듣게 된 다른 대기자 분들께서는 가끔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나도 저렇게 되면 안 되는데."

나도 속으로 생각한다. ‘나이 들어서 귀가 잘 안 들리게 되면 어쩌지.’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나이가 들어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치명적인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그의 입을 쳐다봐도 도무지 그 말을 알 수가 없다. 한 번 되물어본다. 상대는 조금 더 입을 크게 벌려 말을 한다. 나는 멀뚱멀뚱 눈동자를 굴리며 서있는다. 상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상대의 입은 점점 커지는데 안면근육은 점점 굳어간다. 상대의 미간에는 내 팔자주름보다 깊게 주름이 파인다. 상대의 목에 차갑게 핏줄이 서는데 뾰족한 고드름이 그 아래에 서릴 것만 같다. 나는 그저 상대방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켜볼 뿐이다. 모든 감각의 문을 닫고 싶다. 문을 하나씩 닫으면 깊은 어둠 속에서 소외감이라는 놈이 기어 나온다.


진료하면서 가장 힘든 환자는 차도가 없는 환자,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환자, 의심과 질문이 많은 환자, 이것저것 요구가 많은 환자들이 아니었다. 바로 귀가 안 들리는 환자다.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치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고 상호교류 속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이들과는 이러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나의 책임과 역할을 온전히 다할 수가 없다. 오로지 그들의 몸이 보여주는 흔적에만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할 때 내 몸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짜증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후엔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몰려온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난 소통을 포기하게 되고 죄책감과 책임의식은 무뎌진다. 인사도 굳이 소리 내어하지 않는다. 목례나 눈인사 정도면 충분하다. 그것조차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소리가 들리진 않아도 어디가 아픈지는 환자 스스로 말하기 때문에 난 그곳에 그냥 침을 몇 가닥 심어주면 그뿐이다. 어찌 보면 상대하기 가장 편한 환자인가.


이 할아버지께서는 참 꾸준히 오셨다. 그런데 아마 1년 차 기간이 끝날 때쯤인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 분께서는 접수실 직원의 마음속에 부서지는 세찬 파도를 만들어 놓으시고는 고요하게 1번 방 베드에 누우셨다. 나는 평소와 같이 말없이 그의 다리에 다가가 침을 놓았다. 그런데 그 날 할아버지의 복장이 조금 눈에 띄었다. 베트남 참전용사 표식이 달린 모자를 쓰고 계셨고, 새마을운동 마크가 달린 연두색 조끼를 입고 계셨다. 흥미로웠다. 왠지 모르게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냥 한 번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희어진 머리, 예전에는 검고 숱도 많았겠지. 주름이 없는 얼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에게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면서 미소를 지으실 때의 표정으로 짐작컨대 아마 호감 가는 예쁘장한 얼굴이었을 것 같다. 지금도 이렇게 배가 나오지 않았고 군살도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젊었을 땐 더 날렵하고 탄탄한 몸이었겠다. 베드 하나가 꽉 차는 키. 지금도 이렇게 크신데 예전엔 얼마나 더 크셨을까. 파란만장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다 지나오셨구나. 전쟁 속 포격 소리에 청각을 잃으신 것은 아닐까. 누구의 남편일까. 누구의 아빠일까. 누구의 아들일까. 누구의 친구일까. 누구의 동료일까.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을까.


나는 가만히 할아버지의 몸을 바라보면서 그가 살아온 모습을 혼자 상상해보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과거였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양만큼의 시간을 외롭게 버텨오셨다. 그의 귀와 입은 막혀있지만 그의 몸이 내는 존재의 소리는 너무나 커서 그 누구도, 그 자신조차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타임캡슐 속에 숨겨둔 케케묵은 카세트테이프 소리와 같은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커다란 소라껍데기에서 나는 파도소리 같다고나 할까. 한쪽 귀와 소라껍데기가 만났을 때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현재의 소리였다. 나의 시간과 그의 시간이 만났을 때 탄생하는 순간의 소리였다. 내가 귀를 기울일 때 할아버지께서는 바닷속 옛이야기를 머금은 것만 같은 과거의 소리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은근한 미래의 소리도 들려주셨다. 우리가 만난 지금 이 순간도 곧 우리 둘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며 우리의 미래에 분명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몸에서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의 만남에서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낼 시간, 그리고 내가 느끼는 경외심이 이미 풍성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광휘의 속삭임, 정현종, 문학과 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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