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아빠!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어. 기성세대들이 우리 청년세대에게 함부로 물어보면 안 되는 두 가지가 있어. 바로 직장과 결혼이야. 그 이유를 말하자면 논문 한 편은 써야 하니 굳이 말하지 않을게. 정확히 2019년 5월 10일, 병원에서 연속 36시간 근무한 나는 아빠 가게로 가서 밥을 먹고 있었지. 아빠는 내 앞에 앉아서 물었어.
"병원 다닐만하냐?"
"아니. 거지 같아."
"뭐 하러 계속 다니냐. 얼른 배워서 한의원 차려라."
나는 아빠와 대화하기가 싫어졌어.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몰라."
"결혼한다면서 왜 아직까지 여자 친구도 안 데려오냐. 얼른얼른 해라."
나는 정말 더 이상 말하기가 싫었어.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뭣하러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아빠한테 핀잔을 주었지. 아빠는 나와 친해지기 위해 물어봤다고 했어. 아빠, 그 방법은 완전히 틀렸어. 그런데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빠는 내가 아빠 눈에 보이기만 하면 빠짐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아무튼 그러고 나서 한 10분 후 아빠는 다시 나에게 물었지.
"너 우유니 사막은 가봤냐?"
"응."
이건 뜻밖의 질문이었어. 아빠가 남미 패키지여행을 갔던 것이 2월이었던가. 우유니 사막이 상품에 들어있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어. 난 작년 2월에 거길 갔다 왔었고.
"마추픽추는 갔다 왔냐?"
"응."
"야, 참 멋지더라. 그런데 우유니 사막을 갔어야 했는데 말이야. 넌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으면서 얘기를 안 하냐. 뭐라도 좀 남겨라."
그 뒤로 나는 그릇에 코 박고 말없이 밥만 먹었지만 사실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요동쳤어.
아빠! 이제 내 나이 만 29이야. 내 20대는 여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 시간이 날 때마다 떠났고 10년 동안 찔끔찔끔 5 대륙을 다 다녀왔어. 나도 내 여태까지의 삶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남기고 싶어. 사람들마다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해. 블로그에 여행 정보와 감상을 적기도 하고 여행기를 내기도 하지. 요즘엔 여행 영상을 만들어서 남기는 것이 아주 인기야. 오래전부터 어떤 방식을 택할지 고민했으나 답을 못 내리고 있었어. 블로그를 쓰자니 내 여행은 그렇게 꼼꼼하지 않았어. 여행기를 쓰자니 일단 나부터 여행기를 읽지 않아. 남의 여행 경험은 내용 파악도 잘 안 되고 정말 공감이 안 되더라고. 사진과 영상을 제작하자니 이미 넘쳐나는 이미지의 향연에 너무 지쳐. ‘여기 너무 좋아. 너 안 가봤지? 지금 당장 떠나지 않고 뭐 하니’라고 말하는 듯해서 재수 없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야. 그들에게 미안해질 것 같아. 그리고 그 제작 과정이 얼마나 인위적인지도 알고 있어. 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야. 그저 숨쉬기 위해 떠났어. 도피였다고. 그런데 돌아와 보면 다시 새로운 현실의 삶과 사회, 그리고 사람이 남아 있었어. 이것들이 내가 남겨야 할 전부야.
아빠! 아빠가 보고 싶어 하는 우유니 사막이 어떤지 간단히 말해줄게. 형언하기가 너무 어렵네. 처음 그곳에 서면 정말 놀라게 돼. 소금사막에 차있는 물이 하늘을 비추면 하늘과 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난 딱딱한 하늘을 딛고 있어. 내가 첨벙첨벙 하늘을 걸으면 구름은 찰랑찰랑 흩어져. 안개 낀 아침에 가면 온통 회색인 세상에 나 혼자 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별이 뜬 밤에 가면 부서지는 은하수를 건너게 돼.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한순간도 없어. 영원히 그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만 엄청나게 건조한 바람과 얼어붙을 것 같은 발 시림은 감내해야 해. 그리고 건기에 가면 물이 말라서 반영이 잘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 또 그곳을 들어가기도, 빠져나가기도 참 어려워. 그 어려운 곳에 부모님과 함께 온 친구들이 많았어. 가족여행 한 번 다 같이 가보지 못한 우리에게도 우유니 사막에 같이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2019.11.12
막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