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S야! 요즘 다시 학교에 가서 정신이 없겠구나. 내년이면 벌써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니, 네가 자라는 걸 보면서 내가 나이 드는 걸 실감해. 네가 태어나서 또랑또랑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학교 가 있으면 네가 보고 싶어서 눈에 아른거렸고 내 핸드폰 배경화면도 네 사진이었어.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넌 그런 아이였어.
그런 널 두고 네가 태어난 지 4~5개월이 되었을 때 삼촌이 호주에 갔잖니. 삼촌의 첫 해외여행이었어. 첫 조카인 너에게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꼈듯이 첫 여행지인 그곳에서도 나는 그런 감정을 느꼈어. 정말 멋진 곳이야. 그중에서도 난 마지막 도시를 여행하면서 봤던 풍경을 잊을 수 없어. 그 황홀한 풍경은 바닷속에 있었어. 바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는 산호초 지대야. 케언즈라는 도시에서 배를 타고 가면 볼 수 있지. 숙소 안에 있는 여행사에서 이 곳으로 가는 배와 스노클링, 체험 스쿠버다이빙 투어를 예약했어. 이 지대가 너무 넓어서 당일 기상 상황에 따라 다이빙 스폿을 골라가야 한다고 직원은 말했어. 얼마나 넓으면 같은 바다인데도 구역마다 날씨가 다를까. 찾아보니 면적이 20만 7,000㎢라네. 우리나라의 2배 이상되는 면적이야. 투어 날이 되어서 우린 배를 타고 가이드가 인도해주는 바다로 나갔어. 하늘은 회색 구름이 잔뜩 껴서 어둑했고 바다 또한 어둡고 짙은 청색을 뿜어내며 무겁게 흔들렸어. 사방을 둘러보니 바다와 하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가이드가 큰 수수깡 같이 생긴 부표를 주면서 스노클링을 먼저 해보라 했어. 마스크를 쓰고 스노클을 물고 검은 바다에 뛰어들었어. 고개를 바다에 처박았어. 난 너무 놀라서 숨 쉬는 법을 잠시 잊었어. 분명 밖은 어둡고 칙칙했는데 바닷속은 산호초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채 때문에 너무나 밝았어. 이 광경을 글로 표현해서 너에게 전달해주고 싶은데 너무 어렵네. 그 어떤 위대한 화가가 팔레트에 온갖 물감을 풀고 섞어낸 다음 도화지에 각기 다른 색의 점을 찍는데도 이 색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거야. 작은 꽃처럼 피어있는 산호, 나뭇가지처럼 뻗어 자라는 산호, 분수처럼 퍼지는 산호, 둥근 탁자 모양의 산호 등 모양도 정말 다양했어. 그 사이에 작고 큰 물고기들도 지나다니고. 니모도 봤어. 너 어렸을 때 DVD로 많이 봤던 영화 '니모를 찾아서' 기억나지? 거기에 나오는 그런 물고기 말이야. 그리고 산호 사이에 엄청나게 큰 보랏빛의 대왕조개가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잠수해서 그 깊은 곳에 들어가 조개를 만졌거든. 그랬더니 조개가 바로 입을 쾅 닫아버리더라. 나도 더 가까이 내려가 보고 싶은 마음에 손을 물속에서 휘저었어. 더 깊이 내려가 보려고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했는데 조금 내려가니 귀가 너무 아파서 들어가지 못했어. 지금은 다이빙을 할 줄 알아서 다시 가면 재밌게 놀 수 있을 텐데, 아쉬워.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 촬영 장비가 그때 있었더라면 그 황홀한 모습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 너에게 그 모습을 남겨주지 못해서 아쉽고 미안해. 11년 전 내가 봤던 바다의 모습, 다시 가면 아마도 없어.
S야! 호주의 해양학자들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산호초의 건강을 분석했대. 그랬더니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1995년에 비해 산호초 면적이 절반 이상이나 사라졌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산호랑 같이 살면서 산호에 색을 입히는 조류가 빠져나간대. 그러면 산호가 하얗게 변해버린다네. UN에서는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1.5배 더 올라가면 전 세계 산호의 90%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대. 산호뿐만이 아니야.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과 펭귄도 살 곳을 잃을 거야. 홍수나 침수, 태풍이 잦아지면서 살아 있는 많은 것들이 물에 쓸려 죽어갈 거야. 어딘가에선 덥고 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져서 산불이 나도 쉽게 진압할 수가 없게 돼.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호주에 산불이 나서 캥거루가 불에 타고 코알라가 물을 찾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너도 봤을 거야. 네가 더 어릴 때 모형으로 갖고 놀던 동물이나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가 변하면서 여태껏 보지 못한 생물이 출현할 수도 있어. 네가 보면 기겁하는 해충 같은 것들 말이야. 그런 것들은 우리가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질병을 옮기기도 하지.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자연이 색을 잃어가고 있어. 그러면 그 구성원인 인간도 같이 색을 잃어. 네가 더 어릴 때 그렇게 이름을 달달 외우던 공룡이 어떻게 멸종했는지도 알고 있지? 어쩌면 인류도 공룡과 같이 순식간에 사라질지 몰라.
S야! 삼촌이 수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 아름다운 건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것들을 지켜내야 해. 그리고 너도 내가 지켜내야 할 대상 중 하나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보고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