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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Feb 05. 2021

21세기 부의 불평등에 대한 개인과 국가의 대응

[10년 후 더 빛나는 책] 21세기 자본 (토마스 피케티 지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독립과 건강의 유지일 것이다. 토마스 피케티는 “부의 불평등 심화”라는 현대 사회의 경제 문제를 집어내어 이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제언하고 있다. 경제의 기본서인 멜더스의 인구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잘 모르더라도,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제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21세기 가속화된 부의 불평등

자산(부동산, 주식)의 가치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지난 70년간 끊임없이 상승하여,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경우 국민 전체 자산의 가치는 국민총생산(GDP)의 대략 6배까지 오르게 되었다. 자산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슈퍼 경영자들의 초고액 연봉(보통 회사원 연봉의 50~100배) 역시 능력주의 지향의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하였다는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능력있는 사람이 정당하게 대우 받는다는 능력주의는, 세상사람들을 승리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으로 나누고 그 모든 탓을 개인에게 돌리는 데 문제가 있다. 피케티는 이러한 자산가치의 지나친 상승과 초능력 지상주의로 심화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에 대하여, 국가는 어떻게 대응할지를 설명하고 있다.


불평등한 자산 수익률

 

자산 수익률(r)이 생산과 소득의 경제 성장률(g)을 넘어갈 때, 자본주의는 견딜 수 없는 불평등을 양산하게 된다. 이러한 불평등은 민주주의 기본 가치인 능력주의를 근본적으로 침식하게 된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지난 40년을 살펴보면, 자산 수익률(통상 3~5%)은 경제 성장률(통상 1~2%) 보다 컸으며, 자산으로 인한 소득 증가가 더 커져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예에서도, 근대 이후에 전쟁에서의 패배를 직접 겪지 않은 영국을 보면, 계층의 고착화가 진행되어 높은 자산소득을 얻는 기존 상류층과 비교하여, 중산층의 노동소득으로는 따라갈 수 없어 계층 상승을 포기하는 현상이 짙어지게 되었다. 피케티가 여러 번 예를 든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이성과 감성은 19세기 초 짙어진 영국에서의 부의 불평등 가운데에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부의 불평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평등한 자산 소득의 높은 비중

국민 총자산의 비율(β)이 국내총생산과 대비하여 10배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노동소득보다 자산에 의한 소득비율(α)이 더 커지게 되므로, 사람들은 노동소득보다는 자산 확보와 자산소득에 치중하게 되어, 능력주의가 점차 퇴색하게 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산업 발생의 속도가 느려지며, 계층상승이 어려워지며 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건물주가 소원이라고 말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2019년 통계청 기준으로 국민총생산이 1,919조 원이고, 국민 순자산이 1경 6,621조 원으로, 국민 총자산/국민 총생산 비중이 8.7로 선진국(5~6) 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실거래가를 반영하면, 3경 원에 이르게 된다. 국민 총자산/국민 총생산 비중이 15가 되어, 이 상황에서는 새로운 산업 창출에 대한 투자가 어렵고, 아무도 근로의 의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2021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였던 극명한 현상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2017년과 대비하여 2배에 이르고, 주식은 사상 최고지수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국민 대부분이 영끌과 동학 개미라 자칭하며 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현실이 되었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조차도 자산을 지키기 위하여 국가 관료로 봉사하는 것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씁쓸한 현상도 빈번하다.


국가의 대응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가와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할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는 초자산과 초고소득에 대하여 세분화(상위 0.1%, 상위 1%, 상위 10%)하여 강력한 누진세를 도입하여야 하고, 자산 부자 및 세습자산가가 시대 흐름이 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아이들이 커서 무엇이 될 래?”의 질문에 대하여, ‘세상에 변화를 이끄는 사람’, ‘사회 취약층을 위해 봉사하는 인물’,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하고 싶다.’ 라고 답하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건물주가 소원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이 팽배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대응

한편으로는 피케티로부터 개인도 경제의 변화 흐름를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개인은 자산(부동산, 주식), 자산소득, 그리고 노동 소득을 늘리려고 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규모 농경지를 보유한 소수의 지주가 상류층이었으나, 산업구조가 2차 산업, 3차 산업으로 옮겨 가면서 농경지의 자산가치는 급감하고, 산업자본과 도심의 주택 가치가 급상승하게 되었다. 

 

21세기 자본사회에 대한 개인과 국가의 대응

또한, 20세기 후반이 되며 개인 총소득에 있어서 노동소득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며, 전문직(의사, 변호사), 최신 IT 기술로 무장한 사람들, 대규모 서비스 사업장의 업주들이 상위 10%의 소득을 차지하게 되었다. 매 시대 새로운 분야와 기술로의 이행을 통해 사회와 소득이 발전하였다. 앞으로 30년은 도시화와 글로벌화 가속, 생명 연장의 시대, 인공지능 시대, 로봇 시대가 될 것이다. 개인들은 더욱 전문직을 선호하고 신기술로 무장한 신산업 분야(인터넷, 바이오 등)로 진출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19세기 말 자본주의의 혜택이 극소수의 자본가에게만 돌아가게 되어 유럽의 자본주의가 붕괴될 것이라고 하였으나,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100년이 지나서 마르크스주의를 택한 소련이 붕괴되게 되었다. 세상은 더 이상 마르크스주의로의 환원을 주장하지 않는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붕괴되지 않은 이유는 1) 노동자의 임금 향상, 2) 유럽 각 국의 사회민주주의로의 전환, 3) 지속적인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 덕분이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선진국의 구조적 변화로 21세기 현재 세습 자본주의가 더욱 팽배해지고 초능력주의를 숭상하는 시대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더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난날 어떻게 살아났는 지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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