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더 빛나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는 문구는 1948년 7월 대한민국 헌법 제정 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대표하는 것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한가? 현재 사회에서 묻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2010년 출판된 후 한국에서만 120만 권이 팔린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이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성과주의보다는 공동체 사회로 도약하는 데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는 계속 진행 중이다.
기득권과의 공정 전쟁
이제 사람들은, 특히 20대와 30대는 주변의 모든 이슈를 ‘공정한가’의 잣대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분노한다. 화제가 되었던 뉴스를 살펴보면, ‘대학 입시를 위한 경력 품앗이’, ‘스포츠 스타의 과거 학생 시절의 폭력’, ‘기업 경영자의 일반 직장인 100배 소득’, ‘기관만이 우위를 갖는 공매도’등, 모두 동일선에서 출발하였는 지를 묻는 공정의 질문들이다. 특히, 누구나 작성할 수 있고 익명성을 제공하는 소통의 통로가 다양해지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정보가 확산되며, 이런 이슈가 활발하게 공개되고 있다.
정의 철학의 역사
‘정의란 무엇인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자유와 정의의 개념에 대하여 사례를 통하여 마치 문답법을 하듯이 한 단계씩 밟아간다. 정의 철학의 발전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징병제와 모병제는 지금도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전에는 모병제가 앞으로의 당연한 방향이라고 생각을 하였었는 데,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보는 시각을 갖게 한다. 징병제는 평등주의 관점에서 모든 병역 대상자에게 개인의 시간 중 일부를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소수의 상류층이 이민 및 건강진단서로 일반인이 보기에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회피를 하고 있다. 모병제의 경우 공리주의적 시각으로 국가가 필요한 군인을 확보하고 해당 군인은 이를 통해 돈을 받는 시스템이지만, 결국 상류층과 사회지도층은 군대를 회피하는 정당한 수단이 되어 특정 계층만 군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는 이성주의와 능력주의를 토대로 발전하였다. 대부분 국가의 헌법은 칸트의 이성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토대로 하여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 그리고 존 롤스가 주장한 분배정의는 현대 사회의 복지 정책에 반영하여 사회적 경제적 취약층에 대한 복지 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존 롤스는 ‘정의론 (1971년)’에서 재능 있는 사람이 그 재능을 개발하고 연마하도록 독려하되, 그 재능으로 시장에서 거둔 대가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몫이므로,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정 분야에서의 재능으로 인한 포상은 예외 없이 사회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따르고 있다. 시장성이 높은 프로농구 스타와 아마추어 역도 금메달 리스트 모두 최선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포상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이 우선시되는 반면,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유대감은 점차 약화되어 가고 있다.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에서 비롯한 공동체주의는 서양의 철학과 동양의 도덕(충효) 사상의 결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번영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연대와 충성의 의무, 역사적 기억과 종교적 신념을 암묵적으로 개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체가 요구하는 암묵적 합의는 모호성을 지니고 있어서, “공동선이 권리를 앞선다”는 주장에는 좀 더 체계적인 보완이 있었으면 한다.
정의의 시작은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살기
글을 올리기 쉽고 익명유지가 가능한 인터넷 게시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여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른 소셜 네트워크와 같이 열린 인터넷이 다양하게 펼쳐지며, 사회 모든 분야에서, 특히 기득권과의 공정 전쟁은 진행 중이다. 그 동안 우리는 성과 위주의 사회를 부추겼고, 성품이 안 좋더라도 성과를 낸다면 그를 지도자에 앉혔다. 사실 덕이 있고 실력있는 사람은 겸양으로 스스로 나서지 않는 경향이 크고, 또 하필이면 성과를 내고 덕을 갖춘 이를 찾기가 어렵다. 국가와 조직의 빠른 발전을 이유로 덕과 관계없이 성과와 실력만을 강조해 왔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조금은 느리더라도 덕을 갖춘 사람이 실력을 쌓아 올라 갈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고,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