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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Oct 19. 2020

서번트 권력

[10년 후 더 빛나는 책] 권력의 종말 (모이제스 나임 지음)

권력의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요건으로 ① 부, ② 우정, ③ 권력을 들었으나, 오늘날 행복의 요건은 ① 부, ② 교육, ③ 가족과 건강, ④ 영향력(권력의 변형)으로 바뀌었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다. 따르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고, 따르지 않으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과거에는 권력에 순응을 하였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 통신과 인터넷 혁명을 거치면서 변화가 생기게 되어, 피권력자들의 의식이 현 권력자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기대 수준이 높고, 권력을 따른다고 하여 원하는 바(재산, 자아 실현, 상급 교육)를 이루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권력에 대한 불만과 표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권력의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2010년 전후로 전세계의 권력은 급격히 그 힘을 잃고 있다. 각 국 정부, 국제기구, 거대 기업, 공적 교육과 같이 Hierarchy 구조의 상위에 속한 집단들의 권력이, 피권력층에 대하여 그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권력 붕괴의 사회적 원인은 ① 양적 증가(부의 확산) 혁명, ② 이동 혁명, ③ 의식 혁명이다. 그리고 ④ 지도력 부재가 있다. 


부의 확산

권력층에만 제한되어 있던 부(富)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자본과 정보의 이동이 민간 분야, IT, 컨텐츠 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때론 이들은 더 풍족한 삶을 살기에 권력을 존경하지도 따르지도 않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왔을 때, 각 국 정부의 우왕좌왕으로 인하여, 채권시장과 금융업자들이 오히려 정부를 구속하기도 하였다.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없어지면서, 학교의 권위는 떨어지고 있다. 또한 회사에서의 업무 명령도 좀처럼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젼 공유가 되어야 하고, 개인의 자아 실현을 구현해 가는 트랙위에서 조직이 성장할 때 그 공진이 크다. 경제적 목적이 있겠지만, 개인들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자유로운 이동

국가 내 이동의 자유와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권력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직업, 교육, 의료, 복지 혜택)에 대한 비교 우위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고, 맘에 안 들면 더 좋은 곳을 찾아 그 권력을 떠나 버리면 그만이다. 사람들은 점차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상품과 자본, 사람과 정보의 이동 비용이 급속도로 낮아진다. 기존에 권력은 경계선을 지키고 그 안에 포박된 수용자를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하였으나, 지금 사람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곳으로 쉽게 이주한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통신과 인터넷 혁명

가장 큰 변화는 통신과 인터넷 혁명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고, 심지어 기존 권력을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누구든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기존 권력은 자기들만의 진입 장벽(barrier)을 높게 쳐서, 그들만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글로벌 확산, 스마트폰의 확산은 기존 일부만이 독점하던 정보에의 공유, 커뮤니티의 조직화, 실시간 확산으로 시민들을 무장하게 하였다. 중동에서의 자스민 혁명, 영국의 브렉시트, 국수주의로 되돌아가는 강대국들, 한국에서의 촛불혁명이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거대 권력을 와해시키는 미시 권력

세상은 점차 바뀌고 있다. 거대 권력이 무너지고 새로운 미시권력(micro power)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 거대 권력에 속하지 않았던, 카리스마(매력과 영향력)와 최신 IT 기술로 무장한 신생기구와 개인들은, 거대 세력과 대규모 관료 조직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고립시켜 영향력 행사를 저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헤지 펀드는, 성가신 규칙과 복잡한 내부 관행, 의사 결정이 느린 관료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거대 은행들의 빈틈을 파고 들어 새로운 금융권력으로 떠올랐다. 국제 구호 기구를 통하지 않고, 개인들은 직접 구호가 필요한 곳에 다가가며, 교육 장학금과 바이러스 개발에 돈을 제공하는 작은 재단을 직접 만들고 있다.


기존 거대 권력이 쇠퇴하고 약해짐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있다. 사회적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점차 줄어든다. 또한 권력이 분산된다고 해서 개인들의 교육과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거나 그 혜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서번트 역할로의 권력

앞으로 정부, 국제 기구, 학교는 신뢰 회복부터 확보해야 한다. 각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지도자를 뽑거나 탈락시키는 방식에서 개방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권력을 따를 필요가 없어진 개인들에게 새로운 비젼과 장기 계획을 이야기하고, 개인들과 조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수행해 나가야 한다. 속도와 인터넷으로 무장한 미시 권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미시 권력은 기존 권력에의 견제와 균형 또는 해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안정과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인류 보건에 기여하는 데에까지 발전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권력은 변화를 이끄는 스토리텔러이자, 동시에 서번트여야 한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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