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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Apr 04. 2021

예상치 못한 곳만 골라서 역사적 사건은 터진다.

[10년 후 더 빛나는 책]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바르셀로나에서 블랙 스완을 처음 보았을 때 사진을 찍었다. 이전까지 하얀 백조만을 보았음에도, 처음 본 검은 백조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네덜란드 동물학자가 1697년에 호주를 탐사하는 중에 검은 백조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동안 모든 사람이 믿고 있던 진리가 한순간에 깨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바르셀로나 후안 카를로스 호텔 연못에서

10년 주기의 블랙 스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은 후, 대략 10년 주기로 글로벌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여 왔다.


2020년이 다가오며 예상된 금융 위기가 앞으로 몇 년 뒤로 미루어질 것 같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가는 때에,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글로벌 전염병이 발생하였고, 2020년 2월부터 글로벌 팬데믹(Pandemic)이 갑자기 벌어졌다. 불과 2달 전까지 전 세계의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터지는 사건을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이라고 2001년 그의 책 ‘행운에 속지 마라(Fooled by Randomness)’에서 발표하였고 2007년 ‘블랙 스완’은 경제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누리엘 루비니, 레이 달리오 이런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2008년 위기가 오는 것을 맞춘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역사는 이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위기들로 기록이 된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소련의 붕괴, 독일 통일, 동일본 쓰나미, 코로나-19 모두 바로 직전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지 얼마 안 되어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폴란드를 점령하고 있는 순간에도,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이 곧 프랑스 아르덴 숲으로 빠른 속도로 쳐들어올지 예상하지 못했다. 1989년 10월 동독 라이프치히에서의 시민집회 후 1년 뒤에 동서독이 통일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제는 블랙 스완은 한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공백, 국가 디폴트 선언, 외교 갈등과 테러, 재난 재해, 글로벌 전염병 등 영화에서나 쓰이던 소재들이 번갈아 가며 블랙 스완으로 나타난다. 정치, 경제, 기후, 보건, 외교, 전쟁에 대한 위기관리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우주의 태양풍과 소행성까지도 신경 써야 할지 모른다. 


정규 분포 밖에 위치한 특이치

고등학교와 자연계 대학에서는 가우시안 정규 분포를 기반으로 확률과 통계를 가르치고, 실제로 다양한 시스템에서의 데이터 추정과 제어 그리고 결정 시스템에 확률 이론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도, 이상 측정값은 활용하는 대신 버리고서 머신 러닝을 수행한다. 그러나, 일어날 확률이 거의 제로인 이러한 값을 이제는 무시하면 안 된다. 1000일 동안 잘 먹고 평안하지만, 1001일째 식탁으로 배달되는 칠면조와 같은 운명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자산의 가치는 (1) 장기적으로 점차적으로 상승하며, (2) 오르락내리락 사인파를 포함하여 우상향 방향으로 그려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경제 지표는 (3) 예상하지 못한 임펄스(impulse)의 영향을 받는 곡선이 된다. 블랙 스완으로 나타나는 임펄스는 대부분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나심 탈레브는 “불가능한 영역이긴 했지만, 블랙 스완이 무엇인지 미리 안다면, 이건 위기가 아니고, 기회가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강력한 블랙 스완들을 경험하면서, 경제 위기, 전염병 위기, 기후 위기에 대비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점차로 그 위기가 무엇이고, 언제 오는지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 스완은 두더지 게임처럼 우리가 모르는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다. 

너무 귀엽게 그린 두더지 게임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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