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세상'

[작은 마을 여행]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박물관

by 웨이브리지

정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나의 그림 안에 표현된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어갔다. 미술에 대하여 모르지만, 미술관만을 위한 마드리드 여행을 떠난다. 마드리드에는 레이나 소피아 현대 미술관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과 프라도 박물관 (Museo Nacional del Prado)이 유명하다. 프라도는 국립박물관으로 19세기 말까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레이나 소피아에는 20세기 이후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라도 박물관은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오후 일정으로 미리 가이드 예약을 해 놓았다. 오전에는 레이나 소피아를 가볼 심상이다.


아침 일찍 마드리드 시내인 솔(Sol) 역으로 향했다. 4월이었으니, 벌써부터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역 가까이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하몽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로 아침을 대신한다. 우연히 옆 자리의 할아버지와 동석을 했고, 마침 런던에서 건축을 오랫동안 일하다가 은퇴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그와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 갔다. 솔 역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Rock ‘n’ Roll 마드리드 마라톤으로 응원소리가 시끌벅적하다.

솔 광장에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으로 20분 정도 걸어갔다. 아무 기대도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간 레이나 소피아는 피카소, 달리 그리고 미로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그림책에서만 보던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어마하게 커서 큰 방 한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그림 화폭이 7.76m 폭에 높이가 3.49m이다. 그 유명세와 달리 내용은 스페인 내전 중 일어난 게르니카 지역의 폭격을 고발한 것으로, 스페인 내전(1936-1939)의 비극적인 실상을 파리 국제 박람회(1937년)에서 피카소가 공개한 것이다. 1936년 스페인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였다. 반정부 시위대였던 스페인 국민파는 독일에 지원을 요청하여 후퇴하는 스페인 정부군을 막기 위해 게르니카에 있는 다리를 폭격하고자 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스페인 국민파는 이후 내전에서 승리하였고, 또한 스페인 내전에서 지원군으로 참여하여 승리를 맛본 독일과 이탈리아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역사적 비극의 하나의 발단이 되었다.


이 당시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79점을 연이어 스케치하였고, 유명해진 이 작품은 초기의 작품이라고 한다. 피카소는 평생 17,800점의 작품을 그렸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안젤레스 산토스의 세상(Un Mundo)

다른 방으로 옮겨가 하나의 그림을 보게 되었는 데, 정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넋을 놓고 바라본 그림은 '세상(Un Mundo)' 이라는 작품이다. 안젤레스 산토스 (Angeles Santos)의 '세상'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한 장의 그림에 표현했다.하나의 그림 안에 표현된 수많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읽어갔다. 그 안에는 낮과 밤이 있었으며, 시골과 도시, 예술과 스포츠, 책을 읽는 학생과 여인들, 그리고 죽음을 포함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한 장에 표현되어 있었다. 독서하는 자매들과 흙장난하는 아이와 같이 육면체의 그림 안에서 하나하나 에피소드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레이나 소피아는 ‘기가픽셀’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그림 ‘세상’을 자세히 볼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https://gigapixel.museoreinasofia.es/es/un-mundo-angeles-santos/#2 )


안젤레스 산토스의 '세상'


'세상'이라는 작품은 1929년 마드리드에 처음 전시되었고, 스페인 북동쪽 지로나(Girona) 출신의 당시 18세의 소녀가 그린 그림이었다. 그녀는 당시 유행하고 있던 입체파와 초현실주의를 몰랐지만, 이 그림은 그 중간에 위치한다고 한다.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본 것은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처음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하여, 작가의 집을 직접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공백 기간이 길어서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안젤레스는 100세를 넘어 2000년을 넘어서까지 활동을 하였다. ‘세상(Un Mundo)’이라는 이 작품과 자매들의 독서하는 모습을 그린 ‘모임(La Tertulia)’이라는 작품이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림 한 장에 표현된다는 것에 신기함과 헛웃음이 나온다. 그림 앞에서 좀 더 여유롭게 행복한 삶을 이어가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가이드와 프라도 미술관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기에, 레이나 소피아 정원에 있는 미로의 조각 전시 작품을 보고 얼른 이동한다. 온전히 미술관만을 들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세상'이라는 작품은 항상 머릿속에 맴돌아 그 곳으로 우리를 부른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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