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후회하지 않는 직장 생활, Not-to-do 리스트
매년 이 맘 때면 아무도 모르는 입사 기념일이라는 기계음이 방정맞게 울린다. 회사원으로 축하와 화려한 꽃다발을 받으며 퇴직하기는 점점 어려워져 간다. 그 순간이 되었을 때,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면 활기찬 출발, 힘들었던 장면,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한 없이 아쉬운 것들도 있을 것이다. 회사를 옮기거나 퇴직하는 사람들로부터 감사와 재회를 바라는 글을 여러 번 받아 보았지만, 정말 딱 그 순간 그를 생각하고 잊어버린다.
우리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회사를 옮기거나 퇴직할 때가 오게 된다. 그때가 되어, 함께 보냈던 이들에게 소감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상투적인 감사의 말 대신, “나처럼 하지 마라”라고 Not-to-do 리스트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미리 써 놓은 퇴직 소감 편지는 오늘부터 우리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었으면 한다.
현재에만 집중한다.
변화의 방향을 정하지 않고서 현재에만 집중하지 마라. 매일 아침 또는 거창하게 일년을 수립하는 To-do 리스트에는 회사의 올해의 목표, 회의와 보고서, 그리고 반복되는 루틴으로 가득하다. 사실 이것 만으로도 직장 생활은 충분히 바쁘다. 그러나, 스스로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체로 바쁘게 쳇바퀴 돌고 있지 않나 의심의 기운이 든다. 스스로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 지를 제대로 설정해 본 적 없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되었고, 심지어 스스로도 ‘대기만성(大器晩成)이야.'라고 위로하며 여기까지 와 버렸다.
미래는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가 어떻게 변하고 싶은지에 대한 변화의 지향점이 제일 우선되어야 한다. 변화 지향점은 최신 지식과 기술 습득, 전문 분야 발전, 업무 변경, 승진, 이직, 심지어 젊어서 은퇴, 그 어느 것도 될 수 있다. 매 번 수립하는 To-do 리스트의 첫번째 항목은 스스로가 변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변화라는 기분 좋은 행운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나의 아픔을 알리지 마라.
지식노동자는 더 이상 건강 안전지대가 아니다.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으로 만성질환과 중병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몇 해 전 회사도 모르게 작거나 큰 수술을 마치고 복귀한 뒤, 아무 일도 없는 양 평소처럼 일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티를 내지 않는다면, 다음 주에 수술을 받는지, 눈 앞에 검은 반점이 보이기 시작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평상시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검진을 받고 있겠지만, 갑자기 아픔이 찾아왔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어야 한다. 건강에 이상을 느꼈을 때 쉬어 가는 것을 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
하루도 쉬지 않고 10시간 이상 일을 한다.
지난 몇 년을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9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저녁 10시가 가까워서야 집에 들어가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회사에 있다. 그래서야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없고, 세상과의 물리적 연결이 줄어들고, 친구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차 줄어든다.
현대 지식 기반 회사는 업무 시간의 길이로 능력과 성과를 가늠하지 않는다. 오직 성과를 기반으로 그 달성과 초과에 대하여 보상을 지급한다. 수면과 통근, 그리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12시간씩 활동시간이 주어진다. "연간 3,000시간(250일 기준)은 온전히 일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이 중 3분의 2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할 때, 한 해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1,000시간은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시간이다. 자기 계발,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가족과의 시간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
가끔은 기한 내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며칠을 연속으로 회사 일에 매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매일 매년을 회사에서만 시간을 보낸 후 사회에 나왔을 때, 주변의 친구는 사라지고, 회사라는 후광을 떼고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딩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안 남게 된다. 하루 8시간이나 되는 업무 시간에 충분히 집중을 하자. 특히, 협력을 통한 업무는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을 최대한 빨리 나서자. 그렇게 생긴 1,000시간은 성장과 휴식을 위한 아무도 건들 수 없는 우리만의 재산이다.
부탁도 거절도 못한다.
직장에서 주어지는 모든 일을 혼자서 떠맡아 하다가는 오버로드가 걸리게 되어, 언젠가 풍선처럼 터지게 될 것이다. 일을 함께 할 때, 제대로 목표를 세울 수 있고, 부담과 성과를 서로 나눌 수 있다. 일의 무게와 어려움으로 버거움을 느낀다면, 상사와 동료에게 그 어려움을 충분히 표출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을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상사와 동료에게 부탁과 거절을 해 보아야 한다. 그가 내 편인지, 나의 키다리 아저씨인지를 알게 되고, 만일 부탁을 항상 무시하거나 내가 한 거절을 이해 못한다면, 그 사람은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으며 직장에서의 다른 사람들을 한낱 그의 성공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또한 미래를 고민할 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까이를 벗어나 멀리 또는 SNS를 통해, 도움을 구해봐야 한다. 우리가 걸어갈 어려운 길을 비슷하게 걸어봤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아지트가 어디에도 없다.
막상 회사를 나서고 집으로 향했을 때, 나만의 공간이 없다면,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집 안에 편안하고 독립된 공간이 있다고 느끼질 못하니, 평일이면 스마트폰에 매달리고 잠만 자게 되며, 주말이면 밖으로만 나다니게 된다. Reading room, Hobby Room이라 불릴 수 있는 본인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꾸며야 한다. 집 안이 아니더라도, 회사와 중간에 나만의 아지트가 있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여러 번민이 있다. 이런 번민을 회피하거나 밖으로 나다니기보다는, 스스로의 안전지대에서 번민의 실타래를 풀어가야 한다. 나만의 작업 공간에서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지난 젊었을 때 가지지 못한 것이 한 켠의 후회로 남게 될 것이다.
미리 쓴 퇴직 소감으로부터의 레슨
“나처럼 하지 마라”는 의미로 미래의 퇴직 소감 편지를 미리 써 보았다. 편지는 현재의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변화를 지향하고, 스스로 건강을 챙기며, 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라고 말한다. 뻔해 보이지만, 지금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묘비에 풍자의 글을 남겼다.
“이렇게 오래 머무르다, 이런 일 벌어질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