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7시간

[일상의 하루] 우리는 평생 1,500권을 읽을 수 있다.

by 웨이브리지

세상에 좋은 책은 많다.

책을 읽는 것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간접 체험하고, 넓은 세상의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행위이다. 잠시나마 시간의 여유를 갖고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지식의 글을 읽으며 내 상황을 반추하며 생각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결국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지의 구(球)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1,500권을 읽을 수 있다.

책 읽는 속도는 어떻게 되나요? 한 시간에 보통 몇 페이지를 읽나요? 책을 읽는 행위와 의미 자체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격이 떨어진 것으로 여겨 왔었다.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대략 국문 책은 한 시간에 30페이지, 영문 책은 한 시간에 10페이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무한정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착각하였다. 그러나 읽을 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의 책 읽는 속도를 알게 되면,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의 양도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재미없고 배우는 것도 없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지 않게 된다.


어른이 되어 가며, 이야기책보다는 지식 도서를 읽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매주 10시간을 책 읽는 데 시간을 할당하여도 일 년에 많아야 50권 내외를 읽게 된다. 한국에서는 학습지를 제외하고 매년 55,000권의 새 책이 발행되고 있으니, 우리가 읽는 책은 정말 1,000권의 한 권 정도인 셈이다. 책 하나 고르는 데 있어서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30년을 꾸준히 책을 읽는다고 해도, 보통 사람이라면 정말 잘해야 1,500권 정도가 나라는 사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책 한 권 읽을 시간을 먼저 빼 놓는다.

지난 몇 년간 보지도 않은 삼백권의 책이 책장에 꽂혀 있다. 내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였던 것이다. 세상에 좋은 책이 많은 데, 내 책장만을 들여다볼 수 만은 없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20권을 골라내고, 나머지 다 내다 버렸다. 책장의 몇 칸은 여유 있게 작은 그림과 사진들로 대체하였다.


되돌아보니, 읽다가 그만 둔 책들이 꽤 많았다. 흥미가 있어서 책을 집어 들었는 데, 처음에 어느 정도 읽기 시작하다가 다른 일로 바빠서, 관심이 다른 곳으로 가서 채 삼분의 일도 못 읽고 내려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의 책 읽는 속도를 알게 된 다음부터는, 중간에 책을 내려놓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책을 읽을려면, 몇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을 가늠하여, 내가 온전히 책에 파묻힐 수 있는 시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10년 전에 읽다 만 책을 다시 집어 들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생각과 노트를 많이 하는 독서가 좋은 독서이다.

평생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제한된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속독을 통해 책을 빨리 읽고자 하였으나, 전체적인 줄거리 파악에 도움이 될 뿐,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의 동일시와 여유에서 오는 비움의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책을 읽는 속도는 내가 입으로 말하여 읽는 속도와 거의 동일하다. 책을 빨리 읽기 위해서는 눈으로 한 문단 씩 한 장의 사진을 찍듯이 봐야 하는 데, 이는 특정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쓰는 방법일 뿐, 저자와 공감하여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내가 입으로 말하는 속도보다 빨리 읽어서는 안 된다. 속독해서 좋은 책은 굳이 시간을 내어 볼 필요가 없는 책이다. 잡지를 읽거나 정보를 브라우징하거나 내가 읽을 필요가 있는 지 알아보고자 할 때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책 읽을 때는 느린 독서를 추천한다.


분야에 따라 강연, 영화, 다큐멘터리

한편으로는 분야에 따라, 강연을 듣거나 책보다는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거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편이 시각적으로 더 빨리 이해가 될 것이다. 마션과 해리포터를 소설책으로 읽는 것과 영화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영화로 보면 긴박감과 재미를 빠른 시간에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고 감정선을 따라가는 좀 더 오랜 시간의 여행을 하게 된다.


한편, 2차 세계 대전의 전쟁사의 경우, 책으로 읽는 것보다, 10편의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이 1940년 6월 콩피에뉴 숲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대해 굴욕적인 휴전 협정을 한 후,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을 거쳐 8월의 파리 수복까지 4년을 넘게 프랑스는 레지스탕스를 제외하고는 독일 점령하에 있었다는 것을 빨리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유에서 오는 비움과 채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은 교육과 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가진 관심 분야에 재미에 대하여 어떤 것은 인터넷 강의로, 또 다른 것은 비디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거나, 반대로 어지러운 마음을 비워내고자 할 때는, 어김없이 책을 집어 들게 된다.


책 읽는 속도를 알고 바쁜 시간 속에 7시간을 찾아내어 책을 집어 든다면.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는 조금씩 넓어질 것이다. 내 안에 간직하고 있는 책의 꿀단지 1,500개 중 아직은 비어 있는 단지 하나를 채우고 있다.

“소설 마션을 펼치며 화성에 홀로 남아 3,200km에 걸쳐 분화구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마크 와트니가 되어 이 엿 같은 7시간의 화성여행이 행복한 순간이다.”

(주석) 소설 마션은 엿됐다로 첫 문장을 시작하여 행복한 날로 끝을 내고 있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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