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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제이 Bin J Nov 01. 2020

아픔은 나에게 선물이 되었다

발견 그리고 깨달음

    인플루언서나 저명한 의사로부터 고급 건강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침이나 조언에 의지해서 따라 해 볼 수는 있지만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상태를 세심하게 파악하면서 치료 방법을 찾고 시도해봐야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몸 상태는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맞는 치료 방법인지, 치료법으로 선택했다면 어느 때까지 지속하고 중단할 것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살펴보고 결정해야겠지요. 그리고 내 몸을 살펴보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아프기 이전보다도 한층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익히 들어서 조금 식상하게 느껴지는 문구이죠. 그래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일상이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참고 지낸 아픔의 긴 터널을 지나며 되돌아보니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칸디다증으로 인한 고통은 내 삶에 생각보다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거든요.


    지긋지긋했던 고통은 요알못인 저를 불 앞에 세워 용감하게 요리 입문의 길로 들어서게 했고, 생각보다 요리를 즐겨하는 저를 발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변화된 식단으로 주방은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가족의 식탁 분위기는 한층 생기가 넘치게 됐고요. 또한 내가 가진 체력적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고, 내 몸 상태에 따른 판단과 결정력을 갖도록 나를 발전시켜주었습니다. 내가 고통스러운 만큼 타인의 고통도 보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고통이 조금만 감소되어도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회복이라는 시간이 제게도 다가왔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무엇이 행복인지 이제야 알게 되어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역설적이게도 아픔은 제게 선물을 가져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나 아픈 건 나 혼자 뿐인가' 싶어서 외롭고 힘들었던 치료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이 글은 아팠던 당시의 내가 누군가로부터 그토록 받고 싶었던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였는지도 모릅니다. 저와 같은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 그 누군가 '단 한 사람'만에게라도 힘이 되어주는 글이라면 더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길고 긴 치료의 시간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잘 지나가길 바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기 바랍니다. 

    

    혹시 알아요? 그 시간이 지긋지긋하고 괴울지라도 그 시간을 통해 저처럼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써보게 되거나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는 '어떤 기회'가 당신에게도 생길지도요. 회복을 향한 발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에게 무한 긍정의 기운과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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