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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제이 Bin J Nov 01. 2020

고통의 시기, 지혜롭게 지나가기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관계를 지키는 친절한 방법 - Tip  4가지

    몸이 아프면 예민해지거나 쉽게 우울해지는 등 신체적 고통은 감정적인 부분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몸이 아프니 만사가 다 귀찮고 짜증이 나기도 쉽습니다. 그럴 때는 악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닌데 자칫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게 되기도 하죠. 내 몸이 아프니 남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는 없고, '아픈 나를 이해해주겠지'하는 마음에 가까운 사람들을 섭섭하게 만드는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나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이 오히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픈 건 내 몸 하나로 충분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아프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플 때 까칠해지지 않고 지혜롭고 친절한 방법으로 나와 남 사이의 거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관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Tip 1. 웃으며 지혜롭게 음식 거절하기


    건강해지고자 식이요법을 선택한 당신에게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첫 번째 관문은 주변에서 음식을 권할 때 일 것입니다. 일상생활 중에 상대방이 좋은 마음에서 음식을 권한다면 어떤 것을 줄까요? 건강한 기름으로 구워낸 무항생제 소고기 한 점을 맛보라며 권할까요? 아니면 아보카도 같은 안전 식품을 잘라와 권할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보통은 쉽게 간식으로 구할 수 있는 탄수화물 덩어리인 '빵'이나 '과자, 쿠키류'등을 권합니다. 직장인들은 동료 직원에게서 권유받거나 이따금 거래처에서 보내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오며 가며 누군가가 격려해주거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음료수 한잔을 건네 주기도 할 거예요. 감사히 받고 잘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권유받는 그 모든 간식과 음료수에는 대부분 '당'이 포함돼있고, 밀가루가 주 성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불편한 사실입니다.


    저도 제 몸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했을 때는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서 거절하는 것 없이 모두 받아먹었어요. 챙겨주는데 고맙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맛있게 즐기는데 나만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괜히 산통을 깨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것저것 가리는 유별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고요. 특히 어렵게 생각 들었던 부분은 직장에서 상사분들이나 어르신이 맛있는 거라며 권해주실 때였습니다. 차마 냉정하게 사양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망가진 몸으로 인해 철저한 식단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죠. 


    마침내 준비한 답을 말할 기회가 왔습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서 조금은 멋쩍고 조심스럽게 답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약을 먹고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밀가루 섭취가 어려울 것 같아요." 어려웠던 한마디를 ^^웃으며 최대한 정중하고 상냥하게 운을 떼고 나니, 오히려 이 멘트는 식이요법을 실패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저의 강력한 방패막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어디가 안 좋으냐' 묻지 않겠느냐고요? 묻지요. 당연히 대화가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러면 깊이 말할 필요는 없어요. 요즘 조금 많이 피곤해서 한약, 보약을 먹고 있다든가, 아니면 피부 염증이 있어서 치료 중이라든가 대충 둘러대는 스킬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그 정도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약한 몸'은 불리하거나 약점이 된다고 생각돼서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는데, '아파서 약을 복용 중에 있다, 치료 중이다'라고 오픈을 하고 나니, 제 경험상 그 이후의 상황은 오히려 저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어요. 못 먹는 간식으로부터는 자유해졌고, 단체 회식 메뉴를 고를 때는 저에게 괜찮은가 물어봐주기까지 하는 큰 배려를 받게 되었어요. 배려를 받았으니 저는 감사할 뿐이고, 괜스레 염려하던 문제들은 자연히 사라지게 되었어요. 저의 식단 조절에 협조해주며 아픈 제가 잘 회복되길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며 저의 지지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모두 저와 같은 상황이나 환경은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런 면에서 이렇게 저를 배려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많이 있다는 것을 저는 참 다행이고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저처럼 식이요법 중에 받게 되는 '음식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몸도 아픈데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는 것. 아파서 못 먹는다는데 상대방이 절대 노발대발하거나 마음 상해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권유를 거절하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받되, 힘든 부분은 정중하게 의사표현을 하면 상황은 생각보다 잘 풀릴 수 있으니 기억해두세요! '웃는 얼굴로, 정중하고 상냥하게, 완곡한 거절의 표현을 사용하자'.



Tip 2. 식단 유지하면서 타인과 어울리기


    일반식을 하는 탄수인들과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1) 설탕 잼 대신 에그+샐러리 스프레드 또는 과카몰리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아침에 직원들이 커피 한잔씩 할 때 토스트를 구워 먹기도 합니다. 칸디다로 고생하기 전에는 저 역시 그 자리에서 노릇하게 구워낸 식빵 한 조각에 환상의 궁합인 딸기잼과 피넛버터를 발라 커피와 함께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어요.

    달달하고 맛있는 하루의 시작은 미토콘드리아 식이요법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쯤은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만의 재료를 준비해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키토 식빵과 잼을 대신해서 발라먹을 스프레드를 만들어 봤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짜 먹는 에그 샐러드'에 아삭아삭 식감을 더해주는 샐러리를 잘게 썰어 넣고, 구운 소금을 솔솔 뿌려 섞어준 스프레드. 준비해 간 스프레드를 다른 직원들은 밀가루 식빵에, 저는 아몬드 가루로 만든 키토 식빵에 발라먹었어요. 각자 먹는 식빵은 달라도 같은 스프레드를 발라먹으니 뭔가 연대의식(?)이 느껴졌어요. 물론 저 혼자 느낀 거지만요. 하하. '샐러리를 좀 더 많이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 '크림치즈를 같이 발라 먹으니 더 맛있다' 이런 소소한 대화를 사람들과 주고받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저의 식이요법 세계로 초대해본 기분이 들어서요. 에그 스프레드 말고도 아보카도로 만드는 과카몰리도 잼 대신에 스프레드로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영양 간식입니다.


단백질 영양 가득한 계란+샐러리 스프레드로 건강하게 즐기기


2) 밀가루 제로! 키토 베이킹 선보이기

    식이요법의 세계를 맛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키토 베이킹. 보통 사람들은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해합니다. 밀가루를 안 쓰고 빵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고 되묻죠.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로 베이킹을 한 키토 쿠키나 스콘,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일반식을 하는 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고도 촉촉하고 완성도 높은 베이킹을 할 수 있으니 관심이 가는 분들은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키토식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키토 빵, 키토 쿠키'를 검색하면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몬드가루와 좋은 버터, 계란 등으로 베이킹한 키토빵은 몇 조각만 먹어도 든든해집니다

 

3) 주도성을 발휘해 키토식 레스토랑으로 유도하기

    식이요법을 하고 있어서 외식 약속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키토식 레스토랑도 생겨나는 시대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서울에 문을 연 식당이 몇 군데 있으니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식이요법 중이라면,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식당으로 약속 일정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메뉴와 일정을 주도성을 발휘해 먼저 상대방에게 제안해 보는 거죠. 키토 식당이 어디에 있나 검색해보고, 그 근처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알아보는 거예요. 전시회나, 가보고 싶던 매장이라든가 서점 등 코스는 취향에 맞게 찾아보고 식당은 키토 식당으로 유도하는 겁니다. 맛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되는 키토 식당을 싫어할 친구들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키토 식이 생소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식이 요법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당신의 세계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세요.



Tip 3. 가장 가깝지만 때로는 어려운 관계, 가족 이해시키기

 

   건강 회복을 위해 식이 요법을 시작할 때, 생각지도 못한 문제로 고민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가족과의 갈등. 실제로 저의 블로그에는 식단 때문에 가족과 갈등이 생겨서 고민이 많다는 어느 이웃님의 댓글이 있었어요. 식이요법을 진행하다 보면 충분히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이 건강한 편이라면 어쩌면 당신을 더욱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식이 요법을 하려는 당신을 유난스럽거나 예민하다고 볼 수도 있고요. 

    

    설탕이나 올리고당에 예민해지고, 양념장에는 어떤 것을 넣었는지 따져봐야 하고, 금지 식품이 들어가 있으면 안 먹고... 그러면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멘트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안되면 뭐 먹고살으라는 거냐, 어쩌라고!" 이런 소리 한 번쯤은 듣게 되는 것 당연합니다. 


    그래서 식이 요법을 시작할 때, 1인 가구가 아닌 이상 사전에 가족들과 진솔한 대화를 꼭 나눠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현재 아픈 몸 상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제부터 하려는 식이 요법이 나에게 왜 필요하고 얼마나 간절한지를 대화를 통해 가족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식이 요법을 시도하고 지켜가는 과정에서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력을 보여준다면 가족들도 기꺼이 도와주게 될 겁니다.


    저 또한 좌충우돌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식이 요법 초기 적응 단계에서 가족들과 먹는 게 너무 달라서 쉽지 않았어요. 샐러드가 식탁에 올라오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었죠. 밥, 국, 반찬으로만 구성된 전형적인 한국 가정식 식탁이었거든요. 샐러드가 특식일 정도인 그런 식탁에서 미토콘드리아 식이 요법은 완전 다른 문화권인 겁니다. 그러니 가족들에겐 식이 요법이라는 것이 너무나 생소할 뿐이고, 익숙하지 않은 요리법인 거죠. 엄마에게 식이 요법에 대해서 말씀드려도 재료나 방식이 익숙하지 않으니 처음엔 도움받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 방식대로 아무거나 넣고 막 볶아대기 시작한 겁니다. 생전 요리도 안 해본 딸이 열심히 재료를 장 봐오고, 썰고, 볶아대니 그 노력을 가상하게 보셨던 건지, 아님 저의 의지력에 동하신 건지 정확한 사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변한 만큼 엄마도 변하기 시작하셨어요.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정말 분주하게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 왔어요. 보통 전화 잘 안 하시는데 무슨 일이가 싶어 얼른 받았더니 "추석 때 갈비 할 건데, 배 갈아서 양념장 만들면 너 못 먹는 거니?" 하십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덕분에 저는 설탕 전혀 넣지 않은 LA갈비를 아주 배불리 먹었답니다.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회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큰 조력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겁니다. 단, 주의할 것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소통법은 '내가 이렇게나 아프다고!'가 아니라, '저 이렇게 많이 아파요. 그러니 도와주세요.'의 의미를 담는 것입니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을 향한 서운함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Tip 4. 까칠하게 굴지 말고 감사히 도움받기

 

   마지막 팁입니다. 남에게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 가지신 분들 있으시죠. 누가 도와주면 괜한 부담이 생겨서 사양하고 그런 것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에게 부탁도 잘 안 합니다. '내가 하고 말지.' 이럽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몸이 정말 아프니 일상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무리해서 애쓰지 말고 부탁하는 태도를 갖추자.'라고 저의 마인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아서 누군가 도와주려고 할 때 괜한 자존심 내세워서 까칠하게 굴지 말고 힘들 때는 도움받자고요. 그리고 얼른 회복해서 우리 같은 골골 형들이 다른 사람들 도와주는 사람 되면 되잖아요. 그러니 저는 당신이 타인으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을 때 감사히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약으로 삼아 기운 내어서 회복을 향한 노력과 시도를 부디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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