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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제이 Bin J Nov 01. 2020

골골 형 질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회복을 향한 여정 길에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

    몸이 아픈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여러 시도를 해 볼 것입니다. 여기서 아픈 사람들이라 함은 암처럼 중대한 병을 가진 분들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보다는 훨씬 약한 단계이지만 애매한 유형들입니다.


몸이 아픈데 이렇다 할 병의 원인을 못 찾고 힘든 사람들,

해결을 찾다가 지쳐서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사람들,

약하게 태어나서 체력도 없고 자주 잘 아픈 사람들,

혹은 어떤 계기로 체력이 고갈되어버린 후 회복이 좀처럼 되고 있지 않는 사람들

이런 애매한 '골골'유형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체력적 약함을 알기에 오히려 남들보다도 좋은 것 챙겨 먹으며 조심하기도 하고, 또 각별히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각고의 노력에도 여전히 체력이 부족하거나 아픈 통증에 큰 차도가 없어 낙담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물을 파듯이 틈날 때마다 혹은 밤새 인터넷 정보 검색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고, 스트레스와 염려로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기를 수개월... 그 과정에서 희망과 낙심을 번갈아가며 마음 쓰린 좌절의 맛을 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매우 힘들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이들을 곁에서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대신 아파해 줄 수도 없고, 별다른 방도가 없어서 마음의 발을 동동 구르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아픈 증상에 대해 터놓고 말을 나눈 사람이라면, 그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누군가가 당신을 염려를 해주기도 하고 신경을 써줄 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자신을 염려해주는 이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저의 경우는 특정 여성 질병이라는 민감한 주제로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쉽게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꾹꾹 눌러 채워왔어요. '차라리 팔이 부러진 거라면 눈에 아픈 게 보이기라도 하지. 아휴 나는 이건 뭐 어디에다 말을 할 수도 없고...' 참 마음이 답답할 뿐이었어요. 자꾸만 재발하는 만성적인 칸디다증 때문에 좌절을 맛보기를 수십 번 반복했고요. 치료를 위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무수히 들였고, 극심한 증상으로 인해 말 못 할 고통으로 정말 삶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몸이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입에 약을 털어 넣을지언정, 아침이 되면 출근해서 하루의 8시간을 꼬박 사무실에 앉아있는 거죠. 묵묵히. 견디며 안 아픈 척, 괜찮은 척 일을 했어요. 


    이렇게 많이 골골대며 아파본 사람으로서 저와 같은 타입들에게는 2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꼭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절대적으로 1)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2)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은 필수라는 것.


좌절감과 낙망이 몰려와도 '내 몸'이기에 답을 찾아가는 길을 포기하면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가 없게 됩니다. 회복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니 너무 쉽게 마음을 놓아버리지 마세요. 또한 '이놈의 질병, 내가 전쟁을 치러서라도 뿌리를 뽑고야 말겠어!'라는 두 주먹 불끈 쥔 결단보다도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중요한 이유는, 이 게임은 장기전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뿌리 뽑을 수 있는 간단한 유형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만약 당신이 질병으로 인해 지쳐서 일상이 힘들어지고, 이런 몸으로는 더 이상 살기 힘들다 생각 든다면 이렇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골골 형 질병들을 대할 때에는 가늘고 길게, 질병이라는 녀석을 간 보며 실험 정신을 발휘해보라고 말이죠.


    실험 정신은 게임하듯 즐기는 가벼운 마음입니다. '오늘은 한 번 이렇게 해볼까?', '이번엔 이렇게 해봤는데, 전보다 조금은 나은 것 같은데?' 하는 이 정도의 마음. 딱, 그만큼만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동안 지쳤던 자신의 몸과 방관했던 마음을 마주 대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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