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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제이 Bin J Nov 01. 2020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이들을 위한 응원

3도 아닌, 2.5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애매한 숫자 2.7


    건강함과 안전함의 지표인 3kg을 넘지 못하고 애매한 체중으로 태어나, 직장 생활 13년 차인 지금까지도 애매한 체력으로 근근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자주 아프고 몸이 약한 것'은 약점이라 생각해서 직장에서는 거의 다 죽어갈 듯 힘들어도 참고 버티며 일해왔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 한편에는 거의 언제나 병원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처방받은 약 봉투가 놓여있는 편이죠.


    반면 병약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은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파이팅 넘치는 여린 토끼'라는 10글자 짜리 긴 별명값도 하며 살아왔습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줄줄이 다니면서도 단체 활동이라든가 새로운 배움의 기회는 놓치기 싫어서 이 악물고 다 하고야 말았거든요. 이런 마인드로 살아온 저는 누군가 저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어오면 아주 쿨하게 대답하기 일수였어요.


"나야 잘 지내지!" 정말 너무 아파 병원을 다녀온 날에도 말이죠. 그 아픔을 가리고 씩씩한 척 대답했어요. 단순히 안부일 뿐인데, 굳이 설명해서 말이 길어지는 것도 매우 피곤한 일이거든요. 그러나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스위치가 완전히 셧다운 되는 경험을 한 뒤, 저의 대답은 달라졌습니다. 


"나,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 해석하자면 이런 뜻입니다. '사실은 나 많이 아파. 그래서 괜찮지는 않아. 하지만 건강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지금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니, 나는 괜찮아. 그리고 곧 괜찮아질 거야.' 조금은 더 솔직해지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말 목이 메어 눈물 터지지 않으려고 꾹꾹 눌러했던 말인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솔직하게 말하는 그 순간 나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동시에 나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너무 아파 힘들어하면서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있구나. 이 끈질긴 질병만큼이나 나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언젠가 이 질병이 끝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들어서 오히려 희망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 만성적인 질병에 시달려 정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도 컸거든요.




    아파도 남들에게 아프다 말할 수 없고, 사무실 모니터 앞에 앉아 일하고 있는 병약한 직장인이 과연 저 하나뿐일까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오늘도 일하러 집을 나서는 출근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책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저의 '고군분투기'이자 '실험 정신을 발휘해온 기록'들입니다.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아파도 책임감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꾹 참고 오늘을 살아내고 계실 분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마음의 약과 같은 글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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