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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무리한 작전

명령 불복종

by 아레테 클래식

05:43, 정적 속의 막사 복도는 비닐로 밀봉된 듯 고요했다. 기상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지만, 공기 자체가 긴장에 눌려 있었다. 형광등은 하얗게 깜빡이며, 어딘가 이질적인 소음을 뿜어냈다. 그 속을 가르며 한 줄의 소리 없는 그림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군화 소리는 일정했다. 너무 일정해서 오히려 기계 같았다.


“척… 척… 척…”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이 떨리는 듯했고, 그 무게감은 살아 있는 기계장치처럼 막사의 숨통을 조여 왔다. 1소대 생활관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한 박자 쉬고, 철문이 무례하게 열렸다.


“수색 1소대장 한에녹 중위!”


목소리는 명령이 아니라 선고에 가까웠다. 4명의 군사경찰, 완장을 찬 방탄헬멧의 그림자들이 방 안을 메웠다. 제복은 흠 하나 없었고, 카메라는 이미 가슴에 달려 빛을 기록 중이었다. 좌우로 펼쳐 선 그들의 발끝은 사냥감을 포위한 늑대들처럼 정교했다.


“당신은 4월 19일 DMZ 수색작전 중 병력 손실과 관련된 작전과실 및 지휘권 남용 혐의로 군사경찰에 의해 연행 조치됩니다.”


박중사가 황급히 침상에서 일어나며 뛰어들었다.


“뭐, 뭐라고요? 아니, 소대장님은… 그때 현장에 직접 투입돼 구조를—”


“작전 중 상황 판단 오류. 안전조치 미이행. 위험지역 진입 명령. 그리고… 상부 명령 불이행 가능성까지 내부조사 중입니다.”


가장 앞선 헌병 대위가 문서를 내밀었다. 군사경찰 특유의, 감정이 빠진 목소리였다. 마치 벌써 결론이 난 이야기를 낭독하는 사서처럼.


에녹은 침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침착해 보이려 애썼다. 실제로는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발밑을 바라봤다. 밤새 젖은 전투복 위에 말라붙은 흙먼지, 발등 위로 말려든 임진강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래. 복귀하지 못한 세 개의 빈 침상. 누군가의 이름이 더 이상 불리지 않을 장소.


그 침상 앞에 섰을 때, 그는 침묵을 선택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그 자리에서. 자신의 판단이 정말 잘못이었는지조차,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한에녹 중위. 지금부터 연행 절차에 들어갑니다.

자진 협조 시 불필요한 물리 조치는 생략됩니다.”


에녹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선 헌병의 눈동자는 이미 감정이 없는 회색이었다.


“수갑은 필요 없겠지요.”


그가 말했지만, 헌병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양쪽 팔을 각각 한 명씩 잡았다. 부드럽지만 강제적인 터치. 이것은 신체 보호가 아니라 무력한 이미지 연출이라는 걸 그는 알았다.


막사 밖으로 나오는 순간, 에녹은 더 깊은 한기를 느꼈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 짙게 깔린 안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아침. 이질적으로 그곳엔 두 명의 사진병이 대기하고 있었다. 국방일보 마크가 박힌 카메라가 플래시를 켠 채, 그의 얼굴을 겨눴다.


“정면 봐주십시오.”


무감각한 말투. 찰칵.


박중사가 다급히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헌병이 그를 제지했다.


“공식 절차입니다.”


찰칵. 또 한 번 셔터가 터졌다. 그 소리는, 마치 어떤 비극에 ‘도장’을 찍는 소리 같았다.


차량 안. 에녹은 창밖을 바라봤다. 창문 너머, 일부 병사들의 실루엣이 서 있었다. 누군가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그것은 비난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자신도 언제, 어느 순간 이 유령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

한에녹은 그것을 정확히 읽었다.


“소대장님…”


박중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진실은 밝혀질 겁니다. 다들 알고 있어요.

그 명령, 원래는—”


에녹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더 말하지 말아요.”


그의 눈빛엔, 피로와 체념, 그리고 어떤 감당의 결심이 담겨 있었다.


몇 시간 뒤. SNS에는 사진이 떠올랐다.


‘무리한 작전, 3명 사망… 지휘관 연행’

‘DMZ 작전 중 인명 사고… 지휘 책임자 구속 조사’


자막 아래 사진 속, 에녹의 얼굴은 흐릿했고, 자세는 고개를 든 채 굳어 있었으며, 배경에는 수색복을 입은 병사 세 명의 영정 사진이 합성되어 있었다.


대중은 판단했다. 설명은 필요 없었다.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었다.


국방부 군사경찰 조사본부. 네온등 아래, 허공을 응시하는 한 사람. 에녹은 전투복 그대로 조사실에 앉아 있었다. 거울 너머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을 알았다.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것은 단 하나.


진흙으로 뒤덮인 병사들의 시신 사진. 그리고 그 아래, 큼지막한 글씨.


〈소대장의 오판이 낳은 비극〉


그날… 물이 이상했다. 그러나 이상했던 건, 물만이 아니었다. 그건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 명령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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