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레테 클래식 Feb 09. 2024

14. 비탄의 강가에서

단테신곡_3곡 마지막_저작목적

제목: 고통의 강가에서

부제: 단테신곡_3곡 마지막_저작목적

 

1.   Read Me & Note me


1-1. 비탄의 강 아케론


<그리스의 이케론 강>


마침내 단테 일행은 비탄의 강, 아케론에 다다른다. 아케론은 이승과 지옥을 잇는 강이다. 이 강은 그리스 북서부인 에피루스 지역에 실제 하는 강이기도 하다. 이오안니나 지방의 남서쪽에서 발원해서 이오니아 해로 흘러들어 간다.


<이케론을 건너는 사람들 출처: 위키피디아>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실어 나르는 사공이다. 이 강은 뱃사공 카론의 배로만 건널 수 있다. 원칙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은 건널 수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죽은 사람이 뱃삯으로 쓸 수 있게 입 안에 금화를 넣어주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이 타면 무게로 가라앉아 버린다. 하지만 산 자들이 아예 건넌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르페우스가 자신의 아내를 찾기 위해 이 강을 건넜다. 헤라클레스와 프쉬케 역시 이 강을 건너 저승으로 갔다 돌아왔다.


이 강 주변에서 단테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들도 본다. 그들은 비겁해서 어떤 자리를 거부한 자들이다. 하나님도 하나님의 적도 싫어하는 비겁한 무리들이고 했다. 생전에 불의에 침묵하며 중립을 핑계로 아무 편도 들지 않은 기회주의자들은 큰 파리와 벌들에게 찔리고 있다. 찔린 그들의 얼굴에는 피와 눈물이 범벅이 되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역겨운 구더기들이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천국도 지옥도 기회주의자들은 받아주지도 않는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1-2. 시냇가에 심은 나무


Ma quell' anime, ch'eran lasse e nude, cangiar colore e dibattero i denti, ratto che 'nteser le parole crude. Bestemmiavano Dio e lor parenti, l'umana spezie e 'l loco e 'l tempo e 'l seme di lor semenza e di lor nascimenti. Poi si ritrasser tutte quante insieme, forte piangendo, a la riva malvagia ch'attende ciascun uom che Dio non teme. Caron dimonio, con occhi di bragia, loro accennando tutte le raccoglie; batte col remo qualunque s'adagia. Come d'autunno si levan le foglie l'una appresso de l'altra, fin che 'l ramo vede a la terra tutte le sue spoglie:(inferno 3: 100~114)


강가에서 어떠한 보호도 없이 기다리는 지친 영혼들은 카론의 말을 듣자 창백하게 질려 두려워하며 이를 맞부딪치며 떨었다. 그들은 하나님과 그들의 부모님, 그들의 탄생과 후손들의 씨앗, 모든 인류, 장소, 시간을 저주했다. 처절하게 울면서 모두 한 곳에,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지옥의 강가에 모였다. 붉게 타오르는 눈으로 악마 카론은 오직 손짓으로 배에 영혼들을 모으며 우물쭈물하는 자들을 노로 때렸다. 가을의 나뭇잎들이, 가지가 땅이 떨어진 제 잎을 볼 때까지 한 잎 한 잎 떨어지듯:(지옥 3: 100~114)


<시냇가에 심은 나무, 위키피디아>


지혜의 왕 솔로몬이 썼다는 잠언에서 젊은 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정의롭고 정직하게 자신이 행할 일에 대한 분별 해야 한다. 지혜 있는 자들은 이런 가르침을 듣고 그 학식이 더해 가지만, 그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교훈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은 지혜와 훈계를 멸시한다. 수치를 모르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쁜 일인지 알지 못한다. 거침없이 악을 행한다. 평생을 살며 사람들을 기만하고 괴롭히고 폭행하고 죽이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자들, 악을 행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던 자들의 말로는 비참하다. 그들은 하나님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그들의 후손, 나아가 모든 인류, 장소, 시간을 저주하며 비탄해하고 있다. 단테는 그런 자들의 말로를 가을에 앙상해진 나무에 비유한다. 나는 이 구절을 보며 시편의 ‘시냇가에 심은 나무’의 비유가 생각났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시편 1:1~6)


시편의 저자는 신을 경외하고 그의 뜻을 실천하는 자들은 마치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고 푸른 것처럼 모든 일이 형통하리라 축복한다. 그러나 악인은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메마를 것임을 경고한다. 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할 것이며, 그들의 길은 결국 멸망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1-3. 선한 영혼은 이 길로 가지 않는다


'Figliuol mio,' disse 'l maestro cortese, 'quelli che muoion ne l'ira di Dio tutti convegnon qui d'ogne paese; e pronti sono a trapassar lo rio, ché la divina giustizia li sprona sì che la tema si volve in disio. Quinci non passa mai anima buona; e però, se Caron di te si lagna, ben puoi sapere omai che 'l suo dir suona.'Finito questo, la buia campagna tremò sì forte che de lo spavento la mente di sudore ancor mi bagna. La terra lagrimosa diede vento che balenò una luce vermiglia la qual mi vinse ciascun sentimento, e caddi come l'uom cui sonno piglia.(inferno 3:121~136)


내 아들아. 선생님은 친절하게 말했다. 하나님이 분노를 일으켜서 죄를 범해 죽은 자들은 온 세상에서 모두 이곳으로 모여 온다. 그들이 아케론 강을 건너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가 그들을 모아 그들의 운명에 대한 모든 두려움이 바람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선한 영혼은 이 길로 가지 않는다. 카론테가 너의 존재에 대해 불평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의미인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이 끝났을 때 우리가 있었던 어두운 들녘은 무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 기억은 아직도 날 땀으로 적신다. 눈물의 대지가 강한 바람을 분출했고 나의 감각을 잃어버리게 한 붉은 빛이 변했다. 나는 갑자기 잠든 사람처럼 쓰러졌다..(지옥 3:121~136)


비탄의 강가에서 카론은 단테가 살아 있는 영혼임을 알자 탑승을 거부한다. 이 구절은 단테가 구원을 받은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지옥 여행을 하늘에서 허락했으니 함구하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이 죄지은 자들이 아케론 강을 건너려는 이유가 하나님의 정의가 그들을 모았기 때문이고, 그들의 운명에 대한 모든 두려움이 바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지옥을 향해 가는 죄인들에게 단죄가 아니라 어떤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이 수수께끼 같은 말 앞에 나는 잠시 멈춘다.


1-4. 단테 신곡의 저작 목적


지난 한 주 내내 단테 신곡과 관련해 괜찮은 해설서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도중 단테의 저작 의도가 담긴 서간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국내에는 출간된 책이 없고 이탈리아 나폴리 출생의 어느 정신분석가가 쓴 책을 통해 그 책의 인용을 접하게 되었다. 단테가 직접 쓴 서간문은 스스로 자신의 작품의 저작 의도를 밝히고 있는 문서이다. 어떤 해설서들보다 저자의 의도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오늘은 그 서간문에서 이 작품의 저작 의도를 표현하는 부분을 살펴보는 보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전체와 부분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즉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멀리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의 모든 미묘함을 일단 차치하고, 우리는 <전체와 부분>의 목적이 이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비참한 상태로부터 구하여 지복의 상태로 인내하는 것이라고 간결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전체와 부분 모두를 지배하는 철학의 본성은 도덕적 행동 또는 윤리입니다. 왜냐하면 전체 작품의 대상은 사변적이 아니라 실제적이기 대문입니다. <서간문 10:15~16>


서사시는 비유적인 형상언어로 상상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의 세계는 어떤 단편적이 의미에서의 사회적, 역사적 객관성이 적용될 수도 통용될 수도 없다. 또한 허구적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의 삶은 고독하고 처절하기까지 한 ‘지옥과 같은’ 삶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으로는 결코 도달할 삶을 수 없는 이상이다. 작가는 크게 두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사회 속에서 주류로 활약하며 인기를 구가하는 부류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 변방에 거하면서 멀리서 인간세계를 관조하고 통찰하는 부류의 작가이다. 단테는 분명 후자에 가깝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예언자적 예술가’의 능력이 있었다. 그가 바라보았던 세계는 불안하고 슬프고 절망이 가득 찬 세계였다.


1-5. 인간 구원의 신학



그는 한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모욕과 고통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인강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지옥과 같은 현실 세계를 항상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탐구하고 인식하고자 노력했다. 동시에 그 배후에 숨겨진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을 수수께끼 같은 비유를 통해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는 처절하게 자신을 성찰했으며 인내하고 결단하는 고독한 작가의 삶을 살았다. 그는 피렌체의 정치인들과 원만히 타협하여 행복과 쾌락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욕망의 삶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대신 꿈과 환상과 상상과 정신과 영혼을 양식으로 하는 ‘고독하고 가난한’ 그러나 의미 있는 작가의 삶을 선택했다. 그는 문학을 통해 문학적 현상, 정신세계 그리고 사랑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음미했으며 그것을 자기 문학의 삶의 양식으로 삼았다.


단테는 이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비참한 상태로부터 구하여 지복의 상태로 안내하는 것이 신곡의 저작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신곡을 사변적인 목적이 아니라 도덕적이고 실천적 윤리를 위해 썼다고 밝히고 있다. 제3곡의 후반부에서 지옥을 향해 가는 죄인들에게 단죄가 아니라 어떤 희망을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는 비참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여 지복의 상태로 안내하는 그것을 위해 이렇게 장대한 서사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단테의 신곡을 읽으며 인류를 구원할 신적 권능과 계시를 바라본다. 신이 사라진 이 시대에도 문학은 여전히 우리를 강권한다. 아직 우리에게는 인간이라는 희망이 남아있다고. 그 인간은 단 한 번도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인문(인간이 그리는 무늬)은 여전히 그 꺼져가는 불씨를 부여잡고 인간 구원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인간이 또 인간이 그리는 무늬가 살아 있는 한 아름다움(문학, 음악, 미술 등 인간의 모든 미적 활동)은 인간을 구원해 낼 것이다. 단테는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Veritas Lux Mea?
O, La verità ha perso la
sua luce brillante.
Non preoccuparti?
ma la bellezza ci salverà.


진리가 너희의 빛이라고?

오호라, 그 진리는 점점 그 빛을 잃어 가는구나.  

그러나 걱정할 것 없잖아?

아름다움은 우리를 구원할 거니까.


2.   Remember Me

#대학#상아탑#빛#여화와를경와하는것#진리#단테신곡 # 단테 #융 #분석심리학 #인문 #인간이그리는무늬


2.   참고도서

The Devine Comedy by Dante_Inferno, Dante Alighieri, the classic

La Divina commedia, Inferno, Dante Alighieri

In search of Beatrice, andriana Mazzarella, edra spa

낯선 기억들, 김진영, 한겨례 출판사

단테 신곡 연구, 박상진, 대위학술총서

신곡 지옥(인페르노), 단테(이시연 역), 더클래식

일리아스,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아이네이아스, 베르길리우스(천병희 역), 숲

이전 14화 13. 지적 자만심으로 책 읽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