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두 살 터울의 언니와 한 방을 썼다. 사실 언니가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지역으로 취업과 동시에 독립을 하기 전까지였다.
그때 언니와 가장 많이 싸웠던 이유 중 하나가 정리하기였다.
너는 왜 방을 치우지도 않고, 정리도 하지 않느냐가 언니의 불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꼭 내가 치우지 않아도 언니나 엄마가 방을 치워주어서 하지 않았던 이유가 큰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나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다.
이제 청소, 빨래,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이 내 몫이 된 것이다.
언니도 엄마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보다 그녀들이 더 걱정을 했었나 보다.
나중에 자취방을 방문한 두 사람은 "어? 생각보다 잘하고 사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 나도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있으니 정리는 필수가 되었다.
그냥 정리가 아니라, 어떻게 정리를 하느냐가 숙제였다.
아이들의 짐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고 (부피가 큰 것들도 많았다.) 당장 처분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라 정리를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살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정리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정리를 해놓고 훑어보면 뿌듯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기분도 상쾌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 기분.
예전에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남자 배우가 집을 정말 깔끔하게 치우고 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분이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때그때 바로 치우고 정리하면 편해요~ 나중에 몰아서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힘들어요~"라고.
<그때그때 바로>가 참 어렵다. 왜 안될까?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일을 하셨던 엄마가 수납, 정리에 관한 자격증을 따시고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방문해 집을 정리해 주는 일을 하셨었다.
그때 엄마가 하신 말씀이 "정리를 해주고 오면 뭐 하니? 일주일 후에 가면 또 똑같이 되어 있더라~"였다.
지금의 나를 보면 정리를 약간 취미처럼 하는 느낌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한 방씩 돌아가며 엎는다. (엎는다는 표현이 그렇지만 다시 재정리를 한다고 하자.)
엄마가 해주셨던 말이 맞다고 느낀 건 정리를 해놓아도 방의 모습은 예전으로 돌아가있다.
그러면 또 정리할 일이 생긴다.
그걸 재밌다고 얘기하면 못 믿으시려나.
특히, 창고 정리가 재밌다. "이게 여기 있었구나!" 상자에 넣어두고 어떤 내용물이 들었는지 메모해 붙여두었는데도 정리를 하다 보면 새롭다.
내 인생도 창고 정리처럼 기억보관함 따로, 해야 할 일 따로, 경험한 것, 잊어야 할 것, 등 이렇게 깔끔하게 한번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려면 참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