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고 나누어야 한다
[취미가 독서] 20. 책은 읽고 나누어야 한다 - 북튜버 도전기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은 나만 알고 있으면 좋겠다 싶은 책이 있고, 이 책은 널리 알려서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싶은 책이 있다. 둘 다 좋은 책인 것은 틀림없는데 생각이 두 갈래로 나뉜다는 게 신기하다. 대체로는 후자의 편에 더 가깝다. 좋은 책은 혼자만 읽고 남겨두기가 아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후기를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방법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지금 독서후기를 기다리며 완독하고 나서 책상 옆에 쌓여 있는 책만 스무여 권이 넘는다. 밑줄을 긋고 스티커를 붙이고 완독을 했지만 후기를 작성하지 못해 정상적으로 책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책상 옆에 계속 쌓인다.
그러다 너무 많이 쌓이면 후기 쓰기를 포기하고 와르르 해체하여 각각 제 자리를 찾아 꽂아준다. 그래도 가능하면 짧게라도 후기를 써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품이 들어간다. 생각을 해야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고, 내 철학을 집어 넣어야 한다. 이야기를 줄여서 쓰는 게 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진행하는 것은, 책을 읽다가 중간에 좋은 문장을 만나고, 그 문장을 디딤돌 삼아 글을 써서 함께 나누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것도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아까워 여러 사람과 함께 읽는 방법을 연구해보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후조의 독서단상'이라는 이름으로 부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네이버밴드 '페이지'다.
처음에는 구독자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어디 광고할 곳도 없고 해서 글만 올렸는데 한두 명 늘어나더니 어느 날 글 하나가 추천페이지로 뜨면서 갑자기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 현재는 500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다. 그래도 댓글은 한두 명에 그친다. 그렇지만 내가 책을 읽고 올린 글을 읽어주는 구독자가 있다는 것은, 내 감정과 독서에 대한 단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준다.
내가 확장시킨 사유의 너비를 구독자들은 자기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 자기의 세상에서 또 다시 확장시킨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바다. 댓글로 그 사유의 폭을 다양하게 나누면 좋겠지만, 대부분 침묵의 다수를 선택하고 있어 그 부분은 많이 아쉽다.
그래서 다시 새롭게 시작한 것이 유튜브다. 시작하려고 북튜브로 검색해보니 유명한 북튜버들의 방송이 천지에 널렸다. 수준들도 아마츄어를 넘어서 스튜디오에서 유명한 작가들을 초빙해서 진행하는 등 가히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나는 나를 바꿔보고 싶었다. 도전해보는 사람이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싶은 북튜버가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만 남고 싶었다. 구독자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낭독만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길 원했다. 물론 함께 하는 것이 성공하려면 유튜브가 유명해지고 구독자 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하지만,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마이크가 필요한지, 어떤 마이크가 필요한지, 마이크만 있으면 다 되는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북튜버가 되는 방법" 같은 책을 읽어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해보기로 했다.
마이크도 카메라도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 때 줌으로 회의를 하면 그것이 저절로 녹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래서 줌을 열고 혼자 회의를 하는 것처럼 줌을 작동시켜 책을 읽었다. 내 책 유튜버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때가 2023년이었다. 새해가 시작되고 나는 1월에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낭독tv' 채널을 개설했다. 이전에 내 구글 이메일로 올라가 있는 동영상은 박새 동영상과 왜가리가 메기를 사냥하는 동영상 단 두개였다. 그리고 2023년 1월에 채널을 공개적으로 명명했다. <선한독서가의 낭독tv>였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가능한 매주 하나씩 올리려고 했다. 줌으로 낭독한 어설픈 아마추어 북튜버의 어설픈 몸짓이었다.
구독자는 1년이 넘도록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아는 지인에게 공개도 했지만 책 읽는 제 목소리를 듣게 하는 건, 서로에게 민망스럽고 소름돋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다 조금씩 구독자가 저절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이렇게 아마츄어로 아무 장치도 없이 책만 조금 읽는데 구독자가 늘어나다니. 이제 구독자는 서른다섯 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어느 할머니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 손녀보다 구독자 수가 적네.
나는 아직 동영상 편집을 하지 못해, 자막도 넣지 못하고, 좋아요, 구독 눌러주세요 라는 말도 동영상에 넣지 못한다. 링크도 걸지 못한다. 그 동안 좋아진 것이라곤 줌 방식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 마이크를 구매하여 휴대폰에 연결해 녹음을 한다는 점 등이다.
그래도 나는 북튜버다. 구독자 50명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40개 이상의 동영상을 올린 북튜버다. 35명 구독자에서 36명으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험하는 것은 마치 생명의 신비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내 채널에서 내 목소리로 책 읽는 동영상을 듣고 '구독'하기를 누른 것이다.
이렇게 한 명씩 늘어나면 40명, 50명이 언젠가는 될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더 많은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것이다. 이번 주에는 좀 많이 알려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한 부분을 낭독했다. 그래도 좋다. 한 부분, 내 감성을 건드린 한 꼭지를 읽으면서, 한강 작가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이야기 속으로, 표면화되지 않은 숨결 속으로 스며든다. 그것이 낭독이 가진 힘이다.
책을 좋아한다면, 책을 낭독해보라. 쇠똥구리가 쇠똥을 뒷발로 굴려가는 것처럼 입을 움직여 활자를 입 안에서 굴려보라. 그 소리, 그 음색을 기억하고 발음해보라.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 그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이야기는 새로운 힘을 갖는다.
https://youtu.be/wnbeRLB-g-o?si=OymU5LYKpfavy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