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합 없는 벗이다. 책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가장 현명한 상담자이다.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이다. (찰스 W. 엘리엇)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모임에 참가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잘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시작한다. 자잘한 것들은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자잘한 것들이 내 신경이나 감정을 건드리거나 또는 무언가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어 선뜻 즐겁게 모임에 참석하기 힘든 마음이 생긴다면 모임에 계속해서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이 인간관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책 선정이나 모임 분위기일 수도 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무언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무던하면 이러나저러나 하고 신경 끄고 참여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불편한 감정이 지속된다면 내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그 모임에 계속 참여할 필요는 없다. 내가 시간을 내어 특별히 참석하는 것인데, 그곳에서 감정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지만 내가 원하는 딱 그런 독서모임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곳이 온라인 공간이든 오프라인 공간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 그렇다.
그런데 어쩌랴.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 읽은 걸 함께 나누고 싶은데.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내가 주도적으로 책 읽고 나누는 모임을 만드는 건.
워어. 겁 먹을 필요 없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실패하면 어쩌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설령 그렇다 한들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았으니 아무도 모를 테니까.
하지만 이왕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북적거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 그런 모임 하나 만들어 성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일단 가장 좋은 플랫폼은 네이버밴드다. 지금 당장 네이버밴드에서 독서라고 검색어를 넣어보라. 수많은 독서 관련 밴드들이 올라올 것이다. 온라인 까페를 여는 것은 덩치가 크고 게시판을 많이 만들어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쉽지 않다. 온라인 독서 까페들은 회원수가 수만 명을 넘어간다. 충성회원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회원 관리하는 일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러나 네이버밴드는 게시판 기능이 없이 하나의 게시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복잡한 까페보다 운영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 (네이버밴드와 나는 아무런 인적, 물적으로 관련이 없다. 순수하게 네이버밴드가 편리해서 이를 사용한 독서모임을 만들어보기를 제안하는 것뿐이다.)
요즘 당근 플랫폼에서도 소모임을 적극 장려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여 동네 모임을 많이 만들고 있다. 가까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서로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 불편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직 당근은 추천하지 않는다. 당근으로 독서모임을 운영한다면 철저하게 오프라인 모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적절히 섞어 운영하는 플랫폼으로는 네이버밴드가 가장 좋다. (물론 다른 플랫폼도 많이 있겠지만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그렇다.)
네이버 밴드도 지역 소모임밴드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밴드명에 지역을 넣으면 그 지역 사람들만 모일 수 있어 좋다. 물론 온라인 활동만 하겠다며 지역과 상관없이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기로는 으쌰으쌰 할 수 있는 두어 사람의 동지가 있어 함께 만드는 게 가장 좋다. 혼자서 만들어놓으면 정말 회원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두세 명이 같이 만들어서 글도 자주 올리고 해서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기웃거리고 문을 열어본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사는 온기가 나기 시작하면 공간의 특색을 잘 살려서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규칙이 없거나 이럴 땐 이런 잣대를 대고 저럴 땐 저런 잣대를 대면 사람들이 떠나간다. 안 좋은 소리를 하고 떠나간다. 그래서 체계를 잘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자기 책 홍보를 위해서 들어오고, 어떤 사람은 책과 상관없는 광고를 하기 위해 가입하자마자 채팅방에 들어와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가끔은 성인용 광고가 올라와 회원들의 눈을 버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입 때부터 자동 가입을 할 것인지 리더가 승인해야 가입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나는 승인 가입을 적극 추천한다. 리더가 일이 많아질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갖 잡상인들의 출입처가 되어 금방 쓰레기통처럼 몹쓸 쓰레기만 가득해질 수 있다.
독서인을 위한 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해 가입질문도 꼼꼼하게 만들고 대답하는 내용도 꼼꼼하게 관찰하여 가입 승인을 하는 게 좋다. 그렇게 들어오면 가능한 가입인사를 하여 서로 댓글로 말문을 트면서 모임에 적응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나는 그저 눈팅만 하겠다, 하는 사람을 받아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모임도 8:2의 법칙이 성립한다. 100명이 가입해 있으면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은 많아봐야 20명 내외다. 사실 20명 정도만 열심히 활동해준다면 그 모임은 성공한 모임이다. 9대1, 9.5대 0.5의 법칙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그래서 날마다 무언가를 적을 수 있는 미션 같은 것을 만들어서 운영하면 조금은 더 활기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가령 그날 읽은 책을 반드시 한 구절 올리게 한다든지, 그날 책을 안 읽은 사람이면, 책 표지라도 찍어서 올리도록 하는 등 출석 개념의 무엇이 있어야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리고 자비를 털어서라도 약간의 이벤트를 열고 선물을 주면 더 좋다.
한 달에 한 권 책을 정해서 온라인으로 읽고, 매일 읽은 분량 미션 점검을 하고, 다 읽은 뒤에는 오프라인 독서모임으로 연결해도 좋다.
나는 네이버밴드에 독서모임을 만들고 정말 독서 청정지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여기에 참고로, 2015년에 내가 만든 독서밴드 <백일독서클럽>의 첫 공지게시글을 올려본다.
~~~~~~~~~~~~~~
<공지사항-필독>
안녕하세요. 100일 독서 클럽입니다. 책 자체 또는 책을 읽는 행위를 좋아하시는 분. 책을 좀 읽어볼까 생각하시는 분. 모두 환영합니다.
본 클럽은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운영합니다.
1. 자신이 하루에 읽을 쪽수를 정한다.
2. 일주일 중 며칠 이상 독서할 것인지를 정한다.
3. 날마다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독서활동을 채팅방에 올린다.
4. 자신이 정한 쪽수와 독서일수에 미달하면 1일차부터 다시 시작한다.
5. 100일을 달성하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축하를 받는다. 때가 맞으면 클럽장으로부터 책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입하신 분들은 게시판에 간단하 자기 소개와 미션 소개 부탁드려요~~
이름 :
사는 곳 :
좋아하는 장르 :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
간단한 자기 소개 :
미션 : 하루 00쪽 이상, 일주일 중 0회 이상 독서
<FAQ>
Q. 글이 긴 데 게시판에 올리면 안 되나요
A. 됩니다. 채팅방에는 감상평 없어도 그날 읽은 책 제목과 쪽수만 올려도 됩니다. 책을 읽고 감상평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글이 길면 게시판에 올려도 상관 없습니다.
Q. 전자책을 읽어도 되나요?
A. 본 클럽의 취지는 책을 읽는 것이므로 전자책도 가능합니다.
Q. 자신이 읽을 책 쪽수의 기준이 있나요?
A. 1쪽 이상이면 됩니다. 독서의 습관화가 목표이므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일주일 중 독서할 일수를 정한다는 뜻이 무엇인가요?
A. 일주일 7일 중 7일 연속으로 읽을지, 5일만 읽을지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5,6일 정도 읽으면 가장 좋지만 함께 참여하는 폭을 넓히기 위해서 조금 느슨하게 정했습니다. 일주일 중 3일 이상이면 도전할 수 있습니다.
Q. 실패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인지 설명해 주세요.
A. 네. 본인이 하루 50쪽씩 일주일 중 4일 이상 독서하겠다고 결정했는데, 31일차에 40쪽을 읽었다든지, 아니면 일주일 중 3일밖에 못 읽었으면 미션 실패가 되고, 다시 1일차부터 시작합니다.
이때 앞의 미션이 힘든 경우, 미션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습니다.
진행 중에라도 너무 힘들면 설정을 바꾸시고 공지 핳 수 있습니다.
Q. 몸이 아파서 못 읽은 것은 안 봐주나요?
A. "잠깐 멈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물리적인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 또는 사후에 "잠깐 멈춤" 사용한다고 알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플 때, 명절, 여행 등
Q. 꼭 당일에 올려야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사람은 깜빡 할 수도 있고, 책 읽다 잠 드는 경우도 있으므로 날짜만 확실히 기록하면 다음 날 올려도 됩니다. 단 너무 몰아서 올리지는 말아주세요.
Q. 올리는 형식이 정해져 있나요?
A. 일차, 날짜, 책 이름. 읽은 쪽수만 기록하면 형식은 자유입니다.
Q. 자신의 미션 설정 후 발표는 어디에 하나요?
A. 여기에 댓글로 남기시면 됩니다.
Q 사진첩 활용은 어떻게 하나요?
A. 사진첩은 두 개가 있습니다. 처음 책을 읽게 되면 꼭 사진을 찍어서 사진첩에 올려주세요. 또 책을 읽다가 함께 나누고픈 좋은 글귀를 보게 되면, 역시 찍어서 함께 나눠주세요.
<협조사항>
1. 광고글이나 타 밴드 소개글, 가입 유도 링크 등 본 밴드 취지에 맞지 않는 글은 발견 즉시 삭제하며, 2회 이상 올릴 경우 강퇴 및 신고 조치하니, 함께 건강한 독서밴드 만들기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2. 이름은 가능한 실명으로 해 주시고, 부득이 예명을 쓰더라도 홍보성 이름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주시기 바랍니다. 한번 정한 이름은 중간에 바꾸지 마시고 계속 사용해주시고, 다른 분이 호칭하기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이름은(너무 긴 이름, 특정인을 지칭하는 이름 등)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꾸어주시기 바랍니다.
3. 함께 꾸려가는 곳이므로 타인을 존중하며 서로 배려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4. 가능한 책, 독서활동에 관한 글을 올려 주시고, 다른 분의 게시글에 열심히 표정과 댓글을 달아 서로 힘을 얻는 귀한 밴드로 만들어주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밴드지기 드림.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책을 좋아하시는 모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