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채워지는 공간
요즘 자꾸 눈이 가는 곳이 하나 있다.
동네에 작은 문구점 정도 되는 1층 건물이 있다. 건물은 번화가가 아니라 중심 상가와 떨어진 한적한 골목에 위치했다. 한적하다는 건 여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장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 건물도 당연히 처음에는 다른 직종의 건물이었다가 한 번은 카페가 되고 다음에는 학원 교습소가 되고, 식당이 되었다가 이마저도 문을 닫았다.
길을 오가며 비어있는 그 건물을 보고 있으면 저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작은 편의점 정도 되는 한적한 공간. 안에 있는 집기를 다 들어내고 가운데 여섯 명 남짓 둘러앉을 수 있는 큰 나무테이블을 하나 놓고, 거리 쪽으로 나 있는 출입문과 창문은 크게 통유리로 바꿔서 밖에서도 안의 사람들 표정을 볼 수 있게 하고, 낮에는 백색을 저녁에는 따뜻한 주황색 불을 켤 수 있는 조명을 천장에 달고 싶었다. 모던한 블랙 앤 화이트 톤보다는 갈색으로 나무 느낌이 나도록 하고 건물 앞에 크고 작은 화분이나 상자텃밭도 놓으면 좋겠다. 바질, 치커리, 로메인상추 정도. 옆에는 고추나 방울토마토 모종 한두 개면 충분하겠다. 그리고 건물 안쪽에는 조리시설을 오픈 주방처럼 세팅해 두고.
내가 갖고 싶은 건 공유 식당이었다. 누구나 원하면 요리하고 사람과 만나서 식사하고 헤어질 수 있는 주방 겸 식당을 만들고 싶다. 중고등학생들이 하교 길에 들러 떡볶이나 라면을 만들어 먹고 팟빙수를 만들면서 깔깔거리고, 생일축하 케이크를 갖고 와서 아이의 파티를 하고, 부모님을 모셔와 저녁식사를 차려드리고, 동네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 하고, 비 오는 날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함께 갖고 싶었다. 너무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캠핑처럼 일상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잠깐 짬을 내어 번거로워질 수 있는 곳. 이왕이면 별장처럼 나만의 공간으로 쓰는 게 아니라 누구나 원하면 와서 자신의 곁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공간.
사람은 누구나 제 품을 내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정도의 차이일 뿐 나 말고도 저마다 그럴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소수가 아니고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더 많이 있다는 걸 보고 싶다. 그래서 그 건물을 지나며 언젠가는 저곳을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돈이 있냐고? 아니요. 아내의 허락은? 그럴 리가요. 하지만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나누는 일도 못지않을 테니까. 음식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함께 하는 공간을 나누는 일도 중요할 테니까.
함께 해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 그 안을 채울 많은 사람들, 이야기들, 맛과 향기들.
언젠가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