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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행 게이트에 앉아있다.
주변에서 알아듣겠는 말들이 들린다. 참 신기하지. 네덜란드어는 암만 알아들어보려 해도 전혀 모르겠던데 불어는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이럴 때마다 언어라는 게 암호 같고 신기해져 매번 멍해진다.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 중 누구는 영어만 잘 들리겠지. 그리고 또 누구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그렇게 다 각자 잘 들리는 언어가 있겠지.
혼자서 대상 없이 한국말을 뱉어댈 수도 없어 답답하다. 한국어가 내게 들리는 건, 당연히도, 그 어떤 언어보다 잘, 깊게 박히기 때문에 저 멀리서도 한국어가 문득문득 들리는 게 느껴진다.
들리지만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 지배적인 이 공간에서는 그런 언어들이 나를 피해 공기 중으로 금세 없어져버리는 느낌이 든다.
스키폴 공항에도 비가 내린다.
다행히 전날 어플로 체크인할 때 복도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복병이 있었다. 비행기 타기 전에 잠깐 화장실을 들렀는데 주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혹시 몰라 여분의 생리대를 챙겨둔 건 정말 잘 한일이었다. 칭찬해 최혜진..
첫 식사를 맥주와 함께 먹고 푹 잤다.
근데 점점 목베개가 퓨슈 하고 가라앉는다. 왜 이러지? 기압차??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하고 다시 불었는데 가만 보니 오른쪽 귀에서 퓨슈슈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목베개 안녕...
W가 안시에서 건네주었던 세 잎 클로버.
어떤 행운보단 몇몇 행복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네 잎 클로버는 심지어 돌연변이인 거잖아?!
돌연변이를 만날 확률이 행운을 만날 확률이라는 건가 ㅎㅎ
오늘의 행복은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잔 것, 그리고 면세에서 생리대를 구한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인천 공항 다음으로, 스키폴 공항도 자주 들렀던 만큼 내가 가야 할 곳들은 잘 찾아갈 수 있는데, 이건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 물어보고 다녔다.
누구는 모르겠다 하고, 누구는 약국에 가보라 하고, 약국 표시를 찾아다니다 보니 막다른 길이 나오고..
결국 찾은 곳은 향수 판매 매장의 구석.
직원이 오! 하며 안내해주는데 구세주인 줄.. 온 힘을 다해 고맙다고 인사했다.
결국 3,50유로를 보딩 티켓과 함께 보여주며 생리대를 얻었다... 면세, 어디까지 사봤니? 하하하
시차 때문에 하루가 기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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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어 유입에 '스키폴 생리대'가 있는 걸 발견했다. 나 역시 그때의 상황에서 검색해보았던 문구였다. 검색을 해도 뭐가 안 나와 저렇게 돼서 그렇게 된 거지만.. 같은 검색어를 통해 이 글로 들어오셨다면, 스타벅스가 있는 층의 면세구역 향수 매장에 가시면 들어가서 왼쪽 벽을 바라보는 매대에 있습니다 흑흑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