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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인 빛의 여운을 매만지며

에필로그

by 바란

내가 제목을 붙인 지난날들엔 저마다 다른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었다.

다섯 가지 색에서 출발한 그 나날들은 어느덧 겹쳐지고 한데 섞여 결국 총천연색 찬란한 빛깔로 남았다.


이제 나는 이 모두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앞으로 내게 어떠한 색이 덧입혀질지 가늠해 본다.

모든 종류의 감정이 널을 뛰며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내고 갖가지 자국을 남겼더라도, 단 하나 허투루 남은 흔적은 없었음을 나는 이 글쓰기로 알게 되었다.


내가 지나온, 아니 살아낸 시간들을 수없이 불러보는 이 작업은 나를 과거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회귀와 나아감의 공존이 결국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시 한번 작고 단단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비록 느리고 흔들릴지라도, 나의 언어로 언젠가 도달하게 될 또 다른 계절을 향해서.






지금까지 조금씩 발걸음을 떼는 저의 여정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처음부터 전체적인 구조를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제가 쓰는 글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조차 자신이 없었습니다. 처음의 설계에서 비껴간 부분들을 두고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 망설였던 순간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차가 쌓일수록 조금씩 늘어가는 라이킷과 구독자의 숫자 덕분에 끝까지 써낼 수 있었습니다.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누군가가 제 글을 읽어주신다는 것 자체가 제겐 순수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100% 솔직한 글쓰기는 아무래도 영영 끌어안고 가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과거 시의 제 자신을 낱낱이 해부해 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끝내 다 드러내지 못한 채 서둘러 꿰매버린 나날들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해진다면 그런 나날들조차도 진솔하게 쓰게 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의 제가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한 언어로 여전히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곧 시작할 저의 다음 이야기도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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