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으려 했던 걸 후회해
예민이의 일상(5)선택의 기로
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떤 것이 더 좋은 선택일지, A를 선택했을 때 어떤 후회를 하게 될지, B를 선택하면 어떤 결과나 나올지 그런 것을 고민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좋은 습관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가끔은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 고민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어떨 때는 고민만 잔뜩 하다가 결론도 없이 충동적으로 뭔가를 선택하고 후회할 때도 있다. 좋은 선택을 하려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오히려 과부하된 머리가 생각을 멈춰버리고는 비합리적으로 선택해 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 거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고 가입한 건 꽤 오래되었다. '무슨 내용으로 작가 신청을 하면 좋을까, 작가라는 타이틀로 글을 쓰려면 무슨 글을 써야 하는 걸까' 고민만 하다가 생각이 멈춰버려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 달 전쯤에서야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가입한 지 몇 년만이다.
얼마 전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자세를 교정하고 속근육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강사 선택을 잘못하면 오히려 몸이 망가진다더라, 코어 근육 없는 사람이 하면 운동하다 다친다더라' 같은 얘기들에 고민만 했다. 그러다가 이렇게 이것저것 따져만 보다가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필라테스 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필라테스를 시작할까 고민한 지 한참 뒤의 일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같은 물건을 좀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지 않을까, 내가 알고 있는 제품보다 더 품질이 좋고 유명한 제품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 이 물건을 사는 것이 정말 현명한 소비인가 고민한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 물건에 질려서 결국에는 구입을 하지 않거나, 아예 다른 물건을 사버릴 때도 있다.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서 고민했던 건데, 돌아보면 후회하지 않으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고민하는데 썼던 시간 동안에 더 의미 있는 실천을 해나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예컨대,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같은 중대한 문제에서부터 오늘 저녁 메뉴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와 같은 사소한 문제까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 매일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라 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고민은 계속되는 중이다. 다만 여기에 신중하되 과하지 않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지혜가 더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