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라고, 잘 깨고, 잘 못 먹습니다
예민이의 일상(4)감각의 예민성
1. 청각
빠앙- 하고 크게 울리는 클락션 소리, 지하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재난문자 소리에도 잘 놀라고, 자주 놀란다. 멍하니 길을 걷다가 누가 말을 걸면 화들짝 놀라서 되려 말을 건 사람이 더 놀라는 경우가 많다. 잠귀가 밝아서 작은 발소리나 문 여는 소리, 물 트는 소리 같은 것에도 잘 깬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 쩝쩝 소리를 내면 밥 먹는 내내 그 소리만 들린다.
2. 시각
잠을 잘 때 빛이 느껴지면 잘 못 잔다. 침실에 있는 에어컨 전원 불빛이 거슬려서 불빛이 나오는 곳에 종이를 덧대어놓았다.
3. 미각
음식에서 느껴지는 냄새를 잘 알아차린다(이건 후각의 예민성인가). 신선하지 않은 식재료에서 나는 고기누린내나 생선비린내를 잘 느끼는 편이라 그 냄새가 느껴지면 그 음식은 못 먹는다.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도 마찬가지다. 쌀국수 먹을 때 고수는 무조건 빼고, 마라탕도 먹어본 적 없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익숙하고 아는 맛이 좋다. 새로운 것이 먹고 싶을 때는 아는 맛들을 새롭게 조합한 음식을 찾으면 된다.
4. 후각
담배냄새가 불쾌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여행 갔을 때 숙소 침구에서 나는 냄새, 화장실 냄새 같은 것에도 민감하다. 불쾌한 냄새는 주로 청결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 그런지 청결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동남아 국가에 여행 갔을 때, 노상에서 쥐 가족을 만난 이후로는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도 노상에 있으면 가지 못했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 쥐가 많고 오줌냄새가 난다는 후기를 보고 나서, 파리는 사진과 영상으로만 즐기기로 했다.
5. 촉각
어릴 때는 옷을 입으면 목 뒤에 옷라벨이 까끌거리는 느낌을 못 참아해서 엄마가 항상 옷라벨을 쪽가위로 다 제거해 주셨다. 지금은 모든 라벨을 다 제거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라벨이 거슬리는 날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