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친절할 것

행복한 예민이가 되어보려고(4)자기자비

by 히예

내 석사 논문 주제는 자기자비이다. 자기자비는 스스로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스스로에 대한 어떤 평가나 비판 없이 자기를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많고 많은 주제 중에 자기자비를 선택한 것은 실패와 좌절에 쉽게 자책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이끌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자기자비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성공하고 행복한 순간뿐만 아니라 실패하고 좌절한 상황에서도 스스로와 친절한 관계를 맺으라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성공하고 행복한 순간에는 스스로를 예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친절하게 대하기 쉽다. 그러나 실패하고 좌절한 상황에서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한심해하고, 비난하기 쉬워진다. 그런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자비로움을 베풀어 친절하게 대하라니, 참 위로가 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는 순간조차도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어쨌거나 나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실패나 좌절을 딛고 일어나야 할 주체가 그 누구도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비난과 자책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나를 위축시키고 얼어붙게 만든다. 그것은 좌절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좌절과 자책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만들지도 모른다. 나를 다시 일어나고,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자기자비가 필요하다.

자기자비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좌절했고, 상처를 입었고, 마음이 힘들다는 사실부터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 '지금 내가 힘들구나, 지쳤구나. 속상하고 좌절했구나' 하고 나의 힘듦을 알아주고 돌보려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감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이성과 사고가 힘을 쓸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패와 좌절에 자포자기한 채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좌절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재정비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한듯하다.

친구가 약속에 10분 늦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내가 약속에 10분 늦는 것에는 엄격해지는 나에게 실수와 좌절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제일 먼저 손 내밀어주는 존재가 내가 되면 좋겠다. 나는 누구보다 나의 좌절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고,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자. 엄격한 비판자의 눈이 아닌 따뜻한 친구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 나만큼이나 스스로를 엄격한 기준으로 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글이 스스로에 대한 자비로운 마음과 친절한 태도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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