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날 때 짜장면, 우울할 때 울면
감각적 자기돌봄(1)미각편
예민한 사람으로 살아갈 때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예민함을 잠재워줄 아이템들을 몇 가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자극에도 민감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날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볼 아이템은 많을수록 좋다.
먹는 즐거움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이국적인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이 아니라면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으니 기분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은 큰 복이다.
매콤한 음식은 스트레스받은 날에 주로 찾는다. 매운 것을 잘 먹지는 못해서 그중에서도 늘 순한 맛으로 주문하기는 하지만, 자극적인 매운맛이 스트레스의 자극을 죽이는 느낌이랄까. 나는 매콤한 닭발이나 오돌뼈, 떡볶이를 좋아한다. 불맛 나는 제육볶음이나 얼큰한 전골류도 좋다.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달콤한 음식은 지루하고 따분한 날과 어울린다. 단 맛은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힘들 때 단 게 당긴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인데, 녹진한 초콜릿 케이크는 먹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초콜릿은 마냥 달기만 하지 않고, 설탕으로만 채워진 단맛보다 덜 질리고, 맛도 묵직하다. 꾸덕한 케이크의 그 식감도 참 좋다. 거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인다. 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단 디저트를 먹을 때는 꼭 찾게 된다. 초콜릿케이크도 쓴 커피도 평소에 자주 즐기지 않는 음식인걸 보면, 심심하고 지루한 날에는 평소와는 다른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고생했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왠지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다. 예를 들면 월급날 같은 날은 곱이 가득한 소곱창, 돼지기름에 볶아진 김치를 곁들여 먹는 삼겹살, 겉바속촉 돈가스, 치킨 같은 음식을 먹는 거다. 위로가 필요한 날은 국밥이나 국수, 찌개 같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좋다. 물론 이런 날은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만, 밥 먹다가 눈물이 터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새콤한 냉면이나 골뱅이무침, 쫄면 같은 음식은 식초 베이스의 새콤함이 입맛을 돋워서 기운 없는 날에 먹으면 좋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기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나를 위로하고 돌본다. 이때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역할 이상을 해내는 것 같다. 먹는 즐거움을 아는 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맛과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나를 돌보는 음식 리스트를 몇 가지만 마음에 담아보자. 힘들고 예민한 하루를 보낸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위로할 유용한 아이템이 되어줄 것이다.
월요병에 지친 오늘, 나는 대패삼겹살에 구운 마늘, 묵은지로 나를 대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