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1 보드게임의 쓰임새-(6)아이를 이해하는 도구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게임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태도와 행동을 보면 아이들이 일상에서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이고 있을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요. 게임은 규칙이 있고, 승패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역동을 관찰하기 좋아요. 상담이 이루어지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게임에서 이기고 지면서 성취감과 좌절감, 뿌듯함과 실망감을 오가는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때마다 아이들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어떤 태도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관찰하면 아이들이 가진 특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상담실 안에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모습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분을 주로 관찰하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보드게임 종류를 탐색하고 고르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관찰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신중하게 게임을 선택하는 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하고 싶은 게임을 고르는 아이들도 있어요. 산만하게 이것저것 뒤져보면서 고르는 경우도 있고, 눈동자만 굴리며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이런 모습을 통해 긴장도가 높은 편인지, 충동성이 높은 편인지, 새로운 자극에 대해 다가가는 성향인지 물러나는 성향인지 등을 가늠해 보곤 합니다.
두 번째, 게임을 할 때 태도가 주도적인지 의존적인지 관찰합니다. 주도적인 아이들은 게임을 고를 때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고르고, 원하는 말을 고르고, 규칙에 대해 같이 논의해야 할 때도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규칙을 바꿔보자고 제안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의존적인 태도를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아이들은 게임을 고를 때, 게임에서 사용할 말을 고를 때도 상담선생님에게 골라달라고 하거나, 규칙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도 "선생님이 정해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선택권을 상담자에게 모두 넘기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세 번째, 좌절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합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좌절할만한 상황은 주사위를 던져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았거나, 원하는 카드를 받지 못했거나, 자신에게 불리하게 게임이 진행되거나, 패배하는 상황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지나치게 낙담하며 이후에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하는 아이도 있고, 스스로를 위안하려고 "괜찮아, 이번에 운이 안 좋았어"하고 혼잣말을 하는 아이, 만회를 위해 한번 더 같은 게임을 하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어요. 지나치게 낙담하는 아이의 경우, 그 타이밍을 관찰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승패를 가리기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낙담하는지, 최종적으로 패배했을 때 그제야 낙담하는지 말이지요. 이런 모습을 통해 일상에서 경험하는 좌절에 대해 아이가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지 예상해 볼 수 있어요.
네 번째, 숙달하고자 하는 동기가 부족한지 충분한지를 관찰합니다. 예를 들어 의자 쌓기 게임을 처음 한다고 해봅시다. 어떤 아이들은 의자가 처음에는 자꾸만 쓰러지더라도 다시 쌓아보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습득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숙달의 맛을 보게 되죠.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두 번 해보고는 의자가 자기뜻대로 쌓아지지 않으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그만 두곤 합니다.
다섯 번째는 전반적인 정서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관찰합니다. 상담실에 들어오면서부터 툴툴거리면서 회기 내내 짜증과 신경질로 일관하는 아이, 위축된 채로 작은 목소리로 겨우 몇 마디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상담 내내 즐거워하며 미소를 보이는 아이도 있고, 상담실에서의 과정을 편안해하는 아이도 있어요. 그리고 부정정서이건 긍정정서이건 과다하게 표현하거나 지나치게 억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이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의미가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활동양을 관찰합니다. 상담실 안에서 아이가 보여주는 활동 수준이 일반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양극단에 있는 경우도 의미가 있습니다. 모터가 달린 듯 쉼 없이 움직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미동도 없이 앉아있기만 하는 아이도 있지요. 이렇게 일반적인 수준에서 벗어난 양극의 활동양은 아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특성이 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제한 설정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합니다. 제한 설정은 상담실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상담선생님이 아이가 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인데, 이때 아이들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상담자의 제한설정에 위축된 반응을 보일 수 있어요. 혼났다는 생각을 해서 금방 주눅 든 모습을 보이는 식이죠. 상담선생님에게 마음이 상한듯한 표현을 할 수도 있고요. 제한설정을 잘 수용하는 아이도 있겠지요. 제한설정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는 아이는 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또, 제한설정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도 있을 거예요.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도 아이마다 다를 텐데 행동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일 수도 있고, 상대방을 골려주려는 목적으로, 또는 반항하는 방법으로 그 행동을 반복할 수 있겠지요.
여덟 번째는 반칙의 유무를 관찰합니다. 게임은 규칙이 있지요. 어떤 아이들은 이 규칙을 어기고 반칙을 하기도 하는데 반칙을 사용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관찰하고 만약 반칙을 사용한다면 어떤 타이밍에 반칙을 사용하는지도 잘 관찰해 둡니다.
이외에도 마음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 게임판을 흩트린다거나 게임을 중단해 버리는 아이, 갑자기 게임 중에 상담실 안을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어요. 한 회기 동안에 하나의 게임만을 계속해서 하려고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게임 종류를 수도 없이 바꿔가며 하려는 아이도 있죠. 이렇게 보드게임은 아이가 보여주는 다양한 역동을 관찰하면서,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기에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