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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10. 2021

#12 안개 대기

사라진 소리들이 가는 세상

소청도행 배는 계속 안개 대기 중이었다. 5월이 지나면 바다 해무가 끼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출항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잦아진다. 운이 없을 때는 대낮까지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새벽부터 서둘러 나온 보람도 없이 M과 A는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자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드러눕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방송을 듣고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아직 있나 봐요?”

“그러게. 방송 들어주는 것도 고마운데 편지까지…. 편지 오랜만에 받아봤어요.”

“그분과 통화는 하셨어요? 진짜 가도 괜찮은 거겠죠?”

“그분도 섬에서 지내기 심심하겠지 뭐. 괜찮을 거 같아요. 일단 만나보고 불편하면 민박을 해도 되고요.”

“그나저나 1박 2일은 좀 타이트한 거 같은데 어쩌죠. 회사에서는 출장을 길게 안 주죠?”

“회사는 이런 거에 관심 없어요. 돈이 안 되니까. 그래도 가끔 받아 오는 협찬 덕분에 그냥 냅두는 정도지 뭐. 일단 1박 2일 출장인데 봐서 더 있죠 뭐. 안개 때문에 배가 안 뜬다고 둘러대든가. 풋. 휴가를 내도 되고요. 그나저나 요즘 시간 괜찮아요? 다른 일도 있잖아요?”

“이번 주는 괜찮아요. 요새 코로나 때문에 일도 별로 없어요. 모처럼 섬에 가는 거니까 며칠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안개 대기 상태가 2시간이 넘었다. 배를 타고도 서너 시간을 가야 하는데 이러다간 오후 늦게나 도착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새 소리를 녹음하려면 연구센터에서 협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행정 기관이나 그런데 연락해봐야 더 피곤한 일만 생겨요. 공문 보내라, 뭐 때문에 안 된다. 아우 피곤해요. 그나저나 새 소리를 녹음하려면 새벽부터 일찍 나서야 할 텐데…. 오늘 가서 얘기 좀 들어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죠.”

”그나저나 해질 때 바다에서 들린다는 그건 무슨 소리일까요?”

“그러게. 삼 년 넘게 섬에 있었는데 처음 듣는 소리라니 신기하네요. 혹시 중국 배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겠죠? 그쪽까지 중국 어선들이 와서 꽃게를 잡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중국 노래를 틀어 놓은 건가요? 그런데 섬에서 들릴 정도로 가까이 배들이 올까 싶긴 한데….”

“혹시 북한에서… 그런 건 아니겠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 접경 지역이라.” 

“그리고 보면 우리나라 전체가 섬인 셈이네요. 북한이 막혀있으니.”          


의문이 안개처럼 피어오를 무렵 실제 안개는 걷히게 되어 출항한다는 방송이 들렸다. 소청도와 대청도를 지나 백령도로 항해하는 쾌속 여객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일제히 출입구로 향하며 터미널은 분주해졌다. 코로나 방역 검사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군사지역이라 그런지 군인들이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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