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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10. 2021

#10 플랫폼

사라진 소리들이 가는 세상

M의 얼굴은 뭐랄까, 난감한 표정이었다. 자꾸 돌아보는 M을 향해 A는 얼굴을 씰룩이며 눈빛을 보내고 있다.     

'왜요?'

'저기… 뭔가 이상한데요?'

'뭐가? 이따 얘기할까요?'     


공항 터미널 역. A는 눈빛으로 대화를 마치고 플랫폼에서 한발 물러나 녹음하고 있는 M의 모습을 바라본다. 새로 개통한 자기부상열차를 소개하기 위해 그들은 아침부터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의 소리를 방송해달라는 협찬 요청에 신이 나서 휴일도 없이 취재를 온 것이다. 협찬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이렇게라도 그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 제작비를 벌 수 있다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A는 생각했다. 

         

M은 양손에 마이크를 들고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을 막기 위해 마이크에 씌운 윈드 재머가 마치 살찐 고양이 같다고 A는 생각했다. 뚱뚱한 고양이 두 마리가 M의 팔에 매달려 깊게 잠든 것 같았다.     

플랫폼에 나타난 열차가 승객을 태우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M도 분주하게 열차 앞으로 갔다 다시 뒤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간혹 뒤돌아 A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다시 잠든 두 고양이를 깨우는 듯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계속 녹음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다시 A를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야 A는 그 눈빛이 말하는 걸 깨달았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열차는 조용히 플랫폼으로 들어와 말없이 사라졌다.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처럼 M은 텅 빈 플랫폼에 서 있다. 소리 나는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뛰어놀아야 할 M의 두 고양이도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소리가 사라진 풍경 속에선 M의 당황한 눈은 물고기처럼 끔뻑거릴 뿐이었다. 세상이 점점 조용해지고 있다는 걸 A는 M의 눈을 통해 알게 되었다.           


A는 열차처럼 자신의 몸도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리도 없고 무게도 없는 무중력의 공간. 우주 공간 속 어디론가 당겨지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그곳에서는 숨을 쉬지 않고도 유유히 유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A는 물고기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일요일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인 쌓이는 소리. 내 마음 무거워지는 소리.”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쾌한 리듬인데 어딘가 쓸쓸해지는 노래였다. 노래를 부른 이들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왜 스스로 찾는 사람들이라고 하는지 궁금하다며 DJ가 우스운 얘기인양 떠들었다.      


도시의 어딘가는 늘 무너지고, 무너지는 무언가와 함께 소리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예전에 듣던 소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소리가 그걸 대체해 가는 것이 도시의 운명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무한 반복되면서 세상이 무소음의 세계로 서서히 이동해가고 있음을 이렇게 목격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소리 없는 세상. 그것은 라디오와 사운드 맨의 비극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쉴 새 없이 DJ와 게스트의 철 지난 농담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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