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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10. 2021

#11 편지

사라진 소리들이 가는 세상

안녕하세요?      


저는 등대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항로표지관리원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등대지기라고 해야 알죠. 제가 일하는 곳은 소청도 등대입니다. 백령도하고 가까운 곳 서해 최북단. 지난번 백령도 콩돌해변 파도 소리는 정말 듣기 좋더군요. 백령도 가면 듣던 익숙한 소리인데 라디오에서 해설과 함께 들으니까 또 새로웠습니다. 그런 방송 해줘서 고맙습니다. 왠지 저희처럼 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 같더군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인터넷으로도 다시 찾아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기 온 지 삼 년 차입니다. 처음에는 외롭고 적응도 안 되고 그랬는데 이제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소청도는 작은 섬이지만 소리는 아주 많습니다. 여기에는 새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국립철새연구센터도 이곳에 있습니다. 요즘엔 여름 철새들이 와서 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혹시 여기 섬에도 와주실 수 있나요? 여기 섬 소리도 녹음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등대는 특별한 소리가 없지만 그 아래 파도 소리도 좋고 아! 이북 사투리도 이곳만의 소리라면 소리겠네요. 이곳 사람들은 북한 사투리를 아직 많이 쓰고 계시거든요. 지난번 방송 들어보니 강화도 사투리도 소개하시더군요.   

  

사람들이 놀러 오기는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래도 여기 섬도 알려지면 좋을 거 같습니다. 분바위라고 천연기념물도 있고 물도 깊어서 고기도 많이 잡힙니다. 그리고 요즘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는데 가끔 일몰 때 바다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듣다 보면 마치 노래 같더군요. 그런 소리도 녹음하시면 어떨까요. 그래서 한번 와주셨으면 해서요. 잠은 이곳 숙소에서 같이 주무시면 되니까 그냥 오시면 됩니다. 작은 섬이라서요. 아무쪼록 고생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혹시 해서 연락처 남깁니다. 시간 될 때 연락주세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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