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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드라마를 보나 했더니

한자와 나오키

by 심내음

요새 재미를 붙인 드라마가 하나 있다. ‘한자와 나오키’라는 일본 드라마인데 주인공의 이름이다. 예전 시즌 1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올해 시즌 2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1편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1편 처음 도입부부터 보는데 몰입이 잘 안되고 재미도 없어 몇 번을 보려다가 그냥 보지 않았는데 최근 업무 때문에 일본어 공부상 하루에 몇 분씩 억지로 보자고 다짐하여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1편 도입부를 넘자 스토리의 긴박감이 더해지고 잘 짜인 각본과 편집에 순식간에 2~3편을 몰아보게 되었다. 사실 이제까지 남들은 재밌다고 하나 나는 재미를 못 느껴 보기를 포기한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기에 이 한자와 나오키 시즌 2도 그중 하나가 되나 보다 생각했다. 대표적인 것인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미드 ‘브레이킹 배드’인데 이것도 거의 한 10번을 보려고 노력했으나 번번이 재미를 못 느껴 실패했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 ‘한자와 나오키’ 시즌 2는 정말 재미있다. 왜 재미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첫째, 기본적으로 회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다. 한자와 나오키는 증권회사의 부장이다. 상사가 있고 동료가 있으며 부하직원이 있다. 회사에 가서 외근을 하고 거래처를 만나며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와이프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나에게 있어 좋아하는 장르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였는데 20대 때는 SF가 좋았고 30대 때는 액션이 그리고 40대가 넘은 지금은 드라마가 좋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떻게 행복해하는지가 궁금하고 그런 드라마 장르의 콘텐츠가 공감을 할 수 있어 재미있다.

둘째, 적당히 극적이다. 사실 실제 생활에서 드라마틱한 반전과 극적인 전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마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그렇게 극적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보는 것과 실제 겪는 것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정말 한자와 나오키는 고생이 많다. 나도 직장인이고 한국과 해외 여러 나라에서 주재를 하며 나름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한자와 나오키처럼 저런 여러 가지 고난과 극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진작에 회사를 그만두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수준이 과하지 않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나름 있을법한 일들이 바탕이 되었다.

셋째, 적당히 비현실적이다. 만약 100% 현실적으로 그렸다면 한자와 나오키 드라마의 전개는 상당히 비관적이었을 것 같다. 현실에서 정의가 항상 이기지 않고 약자가 부자와 권력을 가진 자에게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는 경우를 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와 나오키는 결국 착한 이가 이기며 돈과 권력을 가진 악당이 패배한다. 그래서 더 눈이 가고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된다.

넷째, 한자와 나오키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매력이 있다. 한자와 나오키는 부장이지만 회사의 악당 임원이 부당하게 지시하는 것은 로직과 근거를 찾아 반대의견을 얘기하고 선하고 힘없는 동료와 부하직원을 감싼다. 그리고 회사에서 아무리 험한 꼴을 당하고 가도 집에 가면 아내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아내도 한자와 나오키의 힘든 직장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응원하기 때문에 일단 그들의 부부관계는 균형이 있어서 보기가 좋다) 이런 주인공의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닮고 싶고 나의 나쁜 점을 고치고 개선해서 그렇게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섯째, 사건과 전개가 현실을 꽤 반영하였다. 사실 나는 금융권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금융권의 전문가가 이 드라마를 본다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다. 하지만 기본 경제지식을 가진 성인이 보기에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 토픽을 적절히 섞어서 잘 다루어 현실감이 뛰어난 드라마가 된 것 같다.

여섯째,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예전에 일본에 있었을 때 주로 다녔던 도쿄의 신바시, 긴자 그리고 시즈오카 등이 로케로 나와 나에게는 정말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예전 자주 갔던 신바시의 식당과 주점 간판은 정말 반가웠고 그리웠다.

한자와 나오키 덕에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면서 일과 고민을 잊는 시간을 만들었다. 해외에서 주재 생활을 할 때 업무를 끝내고 밤늦게 집에 가서도 쉽게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기억과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줄여가며 드라마 1편씩을 보며 하루를 마감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 이후 특별히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데 내 생활이 편해진 건지 재밌는 드라마를 못 찾았던 건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번 한자와 나오키를 계기로 현실 속에서 가끔은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탈출구를 만들어 줄 정도의 글을 쓰는 이야기 꾼이 되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꾸준하게 글을 써서 죽기 전에 그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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