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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절반만 이루어진다

by 심내음

“정말 이번 생은 망했나 봅니다. 제 삶이 이렇게 절망적으로 느껴진 적이 없네요”
“무슨 일인가요 내음 씨, 왜 그렇게 상심이 크십니까?”
“어릴 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살았어요. 무언가가를 가지고 싶다. 어디로 가고 싶다. 누군가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걸 위해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항상 그 꿈과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 진적이 없어요. 제 삶은 이게 베스트 인가 봐요. 더 이상 꿈을 꾸기가 싫어요. 아예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그렇게 애를 쓰지 않았을 텐데. 희망고문도 아니고 매번 그렇게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왜 신은 제가 꿈을 꾸게 만드시는 걸까요”
“흠..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내음 씨는 이제까지 한 번도 본인이 꿈꿔오고 목표로 삼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세요? 제가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내음 씨의 커리어, 결혼, 가정, 그리고 해외에서의 경험. 그런 결과물들이 내음 씨가 꿈꿔왔던 것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아.. 제 말씀은 그런 것들을 꿈꿔온 것은 맞는데 제가 꿈꾼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꿈도 어릴 때 제가 티브이 광고에서 보던 대로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서 외국 사람들과 미팅을 하고 차에 앉아 서류를 보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져서 가졌었습니다. 확실히 제가 해외에서 일을 계속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게 제가 꿈꿔왔던 것과 똑같지는 않더라고요. 비행기, 외국 사람들과의 미팅, 차에서 서류 읽는 것은 맞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은 외로웠고 언제나 일에 치여서 바쁘고 정신없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러면 처음 그 꿈을 꾸셨을 때 방금 말씀하신 부분도 소망을 하셨습니까? 멋지게는 살고 싶지만 바쁘고 외로운 건 싫으니 그렇게 되지 말아 달라고 희망하셨습니까?”
“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모습은 확실히 머릿속에 그리고 희망했습니다만 여유롭고 행복하고 싶다는 것은 글쎄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여유롭고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물론 맞는 말씀이죠. 하지만 처음에 꿈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그 질문을 드렸던 겁니다. 사실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기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이루어지는 건 정말 행운 아닐까요? 비록 여유롭고 행복한 것이 모든 사람이 꿈꾸는 것이라 하더라도요. 더구나 행운은 말 그대로 흔하지 않은 것이죠. 또 하나 그렇게 티브이 광고에서 보셨던 모습을 절실하게 원하신 만큼 여유롭고 행복한 삶도 절실히 원하셨는지 한 번 돌이켜 보시겠어요? 그리고 만약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절실히 원하셨다면 그 꿈이 해외에서의 일, 비행기를 타고 외국 사람들과 일하지만 한편으로는 바쁘고 외로운 그 꿈보다 더 중요해서 해외에서 일하는 꿈이 바뀌시지 않았을까요?”
“아.. 그렇게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중요한 규칙 중에 균형과 공평이라는 것이 있죠. 사탕은 달아서 맛있는 것이지 아무리 맵단짠 맵단짠을 사람들이 좋아해도 사탕 하나에서 맵고 달고 짠맛이 동시에 난다면 그 사탕을 좋아할까요? 그건 일종의 과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멋진 해외 생활을 하고 싶지만 바쁘고 싶지 않고 한국에서 처럼 외롭지 않고 싶다면 그것도 과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네... 확실히 말씀하신 부분은 맞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내음 씨, 태어나서 부터 죽을때까지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큰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도 다시 다른 꿈을 꾸세요. 그리고 꾸실 때 만약 과거에 꾸었던 꿈이 100%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좀 더 자세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시고 꿈을 꾸세요. 하지만 절대로 그것이 과한 욕심이 되지 않는지 본인에게 물어보시고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말씀을 듣고 나니 다시 꿈을 꾸고 싶어 졌습니다. 몇 년 동안 꿈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다시 꿈을 꾸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하지만 과하지 않게 균형 있고 공평한 꿈을 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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