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음 씨의 큰 딸은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앞두고 있다. 가끔 그녀는 전날 밤에 그 학교 교복을 입는 꿈을 꿨다고 말을 할 정도로 그 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것 같았다. 갑자기 자기 자신이 그 학교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못났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 학교에 못 갈 것 같다고 하면서 우울해하기도 했다. 내음 씨는 몇 번 딸에게 도움이 되라고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왠지 그 뜻이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딸이 입학시험을 잘 봐서 그 학교에 합격하는 모습을 물론 보고 싶지만 잘 못 보아도 그래서 그 학교에 들어가지 못해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스스로가 후회만 없다면 아빠 엄마도 기쁘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고 그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랬다. 솔직히 코로나+사춘기+입시 등등하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녀가 이런 내음 씨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글을 적기로 했다.
딸아,
요새 많이 힘들지. 코로나에 고등학교 진학에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짐들을 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걱정이 되는구나. 예전에 아빠가 자주 남들도 다 하는 건데 약해지지 말라고 냉정하게만 말했었는데 그게 너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된 조바심은 아닌지 매일 반성을 많이 한단다. 너는 남들이 아니라 내 딸인데 설사 남들만큼 강하지 않더라도 다소 약한 부분이 있더라도 내 딸인데 왜 그렇게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강해지라고 말했는지 후회가 되기도 한단다. 사실 아빠와 엄마가 살아온 세상이 성적과 대학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아 내 딸에게 만큼은 그런 것 때문에 사회에서 능력보다 차별을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도 있는데 받아들이는 네가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공평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쉽게 인정할 수 있겠니.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그런 세상에서 경쟁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라고만 말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세상을 네게 주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너무 우울해하거나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네가 남들보다 조금 약하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어느 지점까지는 너를 남들보다 더 빨리, 높게 만들려고 하겠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마지막 결과가 빠르고 높지 않더라도 아빠와 엄마는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그리고 결과가 비록 네가 원하던 것이 아니더라도 기회는 한 번이 아니니 툭툭 털고 또 다른 기회를 같이 찾아보자. 입학시험은 그 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검증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와 그 학교가 잘 맞는지 미리 맞추어보는 과정이기도 한 거야. 시험에 합격한다는 것은 네가 학교에 너라는 사람을 어필한 것에 대해 학교도 네가 학교와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학교에 다녀도 좋다고 인정해 준거야. 그리고 불합격한다는 것은 너와 그 학교가 최고로 잘 맞는 것은 아니니 다른 학교를 찾아보자는 뜻이지 네가 모자라거나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니 너무 실망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자. 네가 합격한다면 아빠 엄마는 네 옆에서 세상 누구보다도 기쁘게 너를 축하해주겠지만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아빠 엄마가 네 옆에 있을 거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너는 네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아빠와 엄마는 그 옆에서 너를 열심히 도울께. 혹시 그러다가 서로에게 실망을 하거나 상처를 받더라도 너무 슬퍼만 하지 말자. 상대에게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될 수는 있지만 서로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을 갖지 말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노력하자. 딸아
아빠의 딸로 태어나 아빠를 닮아서 세상을 살기 더 힘든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 네게 미안한 마음이 더 생겨.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보다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할 거야. 약속할게 항상 미안하고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