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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의 끝을 잡고

내음 씨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by 심내음

내음 씨는 6시 10분 전쯤 집에서 나와 아침 7:00 정도에 회사에 도착한다. 그런데 요새 버스에서 내리면 여전히 캄캄해서 기분이 이상하다. 겨울로 가면서 밤이 길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밤에 퇴근해서 밤에 출근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낮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되도록 낮과 햇별을 맛보려고 점심시간에 사무실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지만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추가 업무를 신청하여 일을 하고 있어서 낮과 햇볕을 느낄 수 있는 건 주말 이틀 분이다.

예전에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까지 무언가를 하는 것이 남들보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좋았고 그 기분을 즐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들보다 더 일에 치여 사는 인생인 것 같아 우울해질 때가 있다. 물론 내음 씨는 본인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되뇌고 또 되뇐다. 하지만 그런 우울한 기분이 드는 걸 숨길 수가 없고 억지로 그런 기분을 누르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들었기에 어떻게 기분을 좋게 할까 고민 중이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또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고민을 줄여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정신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도 방법인 것 같다.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밤에 출근하여 밤에 퇴근하는 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봄이 가까워지면 얼어붙은 대지에도 해가 찾아오겠지만 내음 씨의 새벽 출근길에도 그 해가 비추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내음 씨의 출근에도 겨울 동안 제한적 ‘존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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