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딸이 입학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여서 쉽게 합격하리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준비기간 동안 마음으로라도 절대 떨어지지 않게 해 주소서를 입에서 되뇌고 또 되뇌었었다. 막상 불합격이 되자 우리 가족 중 그 누구보다 실망했을 딸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1. 먼저 감정에 동조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던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분석하는 것에 앞서 실망한 기분에 무조건 동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논리적이고 심리학적인 접근보다 그냥 아빠로서 그렇게라도 해서 딸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다. 아니 할수만 있다면 내가 그냥 100% 전부 슬픔을 가져오고 싶었다. 내가 슬픈 것보다 딸이 실패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딸이 느끼는 분노, 실망감, 다른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질투 등 대범하게 생각하고 극복하자라는 모범답안 딸에게 계속 주입하는 것보다 먼저 감정적으로 같이 슬퍼하고 실망했다. 아빠는 네가 슬프면 슬프고 네가 기쁘면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딸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2. 억지로라도 웃으려 노력한다 예능 프로그램도 보고 인터넷에 농담도 공유하며 웃으려고 노력했다. 실망스러운 가운데에서도 어이없게 실소라도 할 수 있도록. 자웃추, 자연스럽게 웃음을 추구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웃으려고. 세상에 웃을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려주려고. 3. 맛있는 것을 먹는다 세상에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 중 코로나 19 상황에 많은 것이 힘들어졌다. 할 수 있는 한 맛있는 음식을 찾아 같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많고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았다는 걸 딸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발품도 팔고 손품도 팔아 만들어 먹기도 시켜 먹기도 했다. 4. 계속한다 위로를 한다는 건 정말 지구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위로를 하려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고 멈추면 위로는 그 순간 실패하는 것이다. 상처를 받아도 잠시 물러났다고 또 다가가고 또 말을 걸고 또 어루만져준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그 사람이 성공을 했건 실패를 했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느낄 때까지. 내가 딸에게 위로를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아직 모르겠다. 마지막 네 번째에서도 말했지만 어제도 했고 오늘도 내일도 할 생각이다. 시간이 약이겠지만 그 옆에서 그냥 멍하지 있지 않고 그 약이 잘 작용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계속할 것이다. 내 딸이 나를 닮은 내 딸이어서 나를 아빠로 두고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일을 겪는 일을 겪는 것은 아닌지 하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언제나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