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밥을 같이 먹을 때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1. (거의) 먼저 밥을 먹자고 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먼저 밥을 먹자고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밥을 먹자고 하면 정말 특별한 일정이 있거나 정말 바쁘지 않으면 누구와도 밥을 먹는다. 왜 먼저 밥을 먹자고 하지 않느냐 물으시면 이유는 ‘그냥 싫다’이다. 가족 이외의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을 정도로 시간을 공유하고픈 마음이 든 적이 정말 오래전이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ㅐ톡이나 전화를 통하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 새로운 무브(Move)를 시도한다. 여기서 새로운 것의 범위는 말투, 농담, 단어, 제스처 등 광범위하다. 비즈니스와 관련된 식사를 제외하고 기왕 어떤 사람 혹은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면 지금의 나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싶다. 어디선가 들은 재미있는 농담과 말투, 어디선가 본 쿨한 제스처 등을 그 사람들을 실험대상으로 하여 나와 잘 어울리는지 테스트한다. 한때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 보았는데 확실히 식사가 끝나고 나서 후회가 남는다. 하지만 밥을 먹는 상대가 회사의 직속 상사라면 비록 나한테는 지루할 지라도 내가 제일 잘하고 사람들 반응이 좋은 농담, 익숙하고 노련한 말투와 제스처를 한다. 3. 끝나고 나서 잘했는지 되짚어 본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혼자가 되면 그 식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약속을 잡는 것에서부터 만남(랑데부), 주문, 식사 중 대화, 식사가 끝나고 나서 계산, 식당을 나와서 헤어질 때까지 돌아본다. 그냥 이런 것 생각 안 하고 부담 없는 식사 시간을 즐기면 안 될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런 식사를 한 것은 정말 오래전 일 같다. 이런 신세한탄을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보면 30대 중반 즈음부터는 이렇게 식사 후에 식사 과정을 되짚어 보았던 것 같다. 되짚고 나서 아쉬웠던 점, 잘못했던 점, 나중에 고쳐야 할 점 들을 복기하고 최종적으로 그 사람과 다시 식사를 할지, 한다면 언제쯤 다시 할 것인지, 먼저 식사를 하자고 안 할 거면 그 사람이 식사를 하자고 할 때 응할 것인지를 정한다. 오늘도 이전에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던 사람과 점심을 먹었는데 문득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한 규칙 혹은 패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정리해 보고 싶었다.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거나 밥을 먹을 때 중요한 팁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하고 싶었다. 다시 말하지만 뭘 어쩌자는 글이 아니다. 그저 글이 적고 싶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