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꼭 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 회사에 몇몇 인물에게 이메일로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이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분명 마흔 살이 되기 전에는 회사 상사 등에게 새해인사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은 불필요한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담당한 거래선 사장들에게는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연말 인사 연락을 했었다. 심지어 예전에는 이메일도 아닌 인쇄된 연하장에 손수 사인을 해서 우편으로 일일이 보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 사람들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그 정도의 예의와 정성을 차리지는 않았다. 5년 전 어느 겨울날 아내와 대화를 했다. “자기는 회사 상사들에게 연하장 같은 거 안 보내?” “그런 거 안 하는 분위기인 것 같던데.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는 하는데 회사 상사들에게는 안 해” “그래서 자기 승진 못하는 거 아냐? ㅎㅎ” 난 나름 눈치도 빠르고 아부도 잘하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에게 불렸다. 그래서 내 기준으로 곰곰이 생각했을 때 이렇게 연말에 회사 상사들에게 연하장을 보내는 건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말에 내 머리는 묘하게 복잡해졌다. ‘이게 인사 메일을 보내면 손해 보는 게 있나? 설사 상사가 연하장을 오바라고 생각해도 안 보내는 사람들보다는 적어도 호감을 가지지 않을까? 다들 나보다 연배도 많은 사람들인데... 외국 국적의 상사들은 빼더라도” ‘쓸데없는데 일이나 더 하라고 하지는 않을까? 아니야 근데 뭐 연말에 연하장 하나 보내는데 뭐 얼마나 시간이 걸린다고 그 시간에 일이나 하라고 하진 않겠지. 오히려 이런 걸 안 하면 하는 사람들과 비교당해서 ‘일은 잘하는데 싸가지가 없군’ 아니면 ‘일도 못하고 이런 것도 못하네’ 듣겠지’ 이런 저전 생각 끝에 회사 메일로 연말 및 새해 인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연말 인사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회사 이메일 템플릿에 연하장 템플릿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원이라도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는 곳이 회사인데 이메일에 이런 연하장 템플릿이 있다는 것이 이미 이메일로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었다. ‘이런 덴장 나는 늦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말이 되면 이메일로 연하장을 보낸다. 주로 상사들이다. 물론 5년 동안 특별히 연말 연하장 덕에 승진을 했거나 한적은 없었다. 3년 전에 1번 승진을 했지만 그 건 정기인사였다. 연하장을 보내서 그나마 제때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것 아니냐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연하장을 안 보냈으면 정기인사에서 누락되어 1년 혹은 2년 승진을 늦었을지도 모르지. 확률적으로 연말 인사 하나 때문에 승진까지 누락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사소한 것에서 큰일이 생긴다고 그것 때문에 상사와 나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거니까. 이것도 일종의 나비효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점점 과대망상에 빠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결국 올해도 연말 인사 메일을 쓰고 보내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적어도 한 가지는 발전했다. 정말 고맙고 도움이 된 분들에게는 좀 더 진심을 담아 글을 썼고 그렇지 않으나 상사여서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분들에게는 영혼은 다소 담기지 않은 (하지만 문맥상 최대한 진심을 보이려는 안간힘이 느껴지는) 인사 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3년 전부터 나에게도 연말에 인사 메일을 보내는 후배들이 생겨났다. 그런 걸 보면 일단 올해도 내년도 연말 인사 글쓰기는 나의 주요할일 리스트에 빠지지 않을 것 같다.